
김치저장고로 쓰려고 했는데
암석으로 인해 굴착작업 안돼
알고보니 희귀금속 니오븀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광물
길이 200m 폭 10~40m 규모
4월 시추 공사서 매장량 파악
“김치 저장하려던 굴이 국내 유일의 희유금속 광산이었다니…”
21일 춘천시 사북면 고탄리 용화산 중턱, 높이 2m, 너비 3m가량의 작은 굴이 나타났다. 굴은 먹색에 가까울 정도로 어두운 암석으로 이뤄져 있었다. 가까이 들여다보자 암석에선 은은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안내를 위해 동행한 광산업체 관계자는 준비해 온 자석을 꺼내 보란듯이 암석에 갖다댔다. 자석은 '척!'소리를 내며 암석에 달라붙었다.
업체 관계자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이 암석 안엔 희귀금속 니오븀이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예부터 철이 생산돼 쇠판이골로 불리던 곳이다.
1982년 철광산이 들어서며 갱도를 팠지만 당시엔 알 수 없는 검은 암석에 가로막혀 깊이 50m에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했다. 결국 철생산에 실패한 이곳은 30년 가까이 방치됐다.
3년 전 한 업체가 이 산에 김치공장을 설립하려 했고 이 굴은 김치저장고로 쓰일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검은 암석으로 인해 굴착작업이 진행되질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업체측은 강원대 지구물리학과에 이 암석의 성분을 의뢰했다. 자철석이라는 것을 확인한 업체는 김치공장 설립을 포기하고 한국광물자원공사에 자철석 채광 신청을 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지질구조 등을 파악하기 지난해 용화산을 찾으며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공사측이 이 일대를 시추해 고려대학교 지구환경학과 팀에 채굴된 광체의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품위 0.1~0.8% 가량의 니오븀(Nb)이 발견된 것이다. 니오븀은 고강도저합금강 고합금강 스테인리스강 내열강 등 고급 철강재와 초경량 신소재 생산과 IT융합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유금속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 세계 소비의 10%에 달하는 5,000톤을 소비했고 이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현재 용화산에서 발견된 니오븀 광체는 길이 200m, 폭 10~40m에 달하며 세계 최대 니오븀 광산인 브라질 아락사(Araxa)광산과 유사한 기원을 통해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채굴 가용연수가 45년 밖에 안 남은 상황에 춘천에서 광체가 첫 발견된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오는 4월 시추 공사에서 매장량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박대근 용화철광 사장은 “김치공장을 설립하려고 매입한 산인데 희유금속이 나올 줄 몰랐고 앞으로 기대도 크다”고 했다.
최기영·강경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