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브라보 중소기업]기계공업의 한길을 가다-(주)21세기기업(下)

이상종 회장 집중 인터뷰 “제품 좋으면 대기업이든 해외기업이든 관심”

◇(주)21세기기업 이상종 회장.

지난 19일과 20일 약 6시간 동안 만난 이상종 회장은 73세의 나이임에도 인터뷰 시간 내내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1966년 창업해 40년을 넘게 키워온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 나왔고 세세한 부분을 설명할 때에는 각종 자료와 사진 등을 찾아 주는 열정도 있었다.

하지만 회한(悔恨)도 엿보였다.

기업하기 녹록지 않은 강릉에서 고집스럽게 기계공업만을 핵심 사업으로 회사를 키워온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에 “인생 뭐 있나, 이 정도 해 온 것도 다행이지”라는 혼잣말을 자주했다.

아쉬움이었다.

강원도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기업을 했더라면 훨씬 성공했을 것이라는 주위의 말에 늘 고개를 가로저어 왔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안타까움은 떨쳐내지 못했다.

“기술력 안 되는 회사가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대기업 납품 독차지해 매출 올릴 때 가장 속상해”

“브랜드 욕심 생겨 제품 특허출원해 이걸로 승부

정부에서 중소기업 애로사항 잘 도와 주길 바라”

△‘기계공업 이외에는 절대로 다른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기업신조가 인상적입니다

“처음 이 신조를 만들 때 주변에서 혹시 모르니 넣지 말자고도 했어요.그렇지만 포함했어요.그것도 첫 번째로요.만약 다른 일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회사는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돈은 벌었을지 모르죠.하지만 지금처럼 강원도에서 기계공업의 씨를 뿌리고 고향에 괜찮은 기업 하나 세웠다는 자부심은 없었을 겁니다.”

△누가 봐도 힘들 것 같은 강릉에서 지금까지 기계공업 회사를 운영한 이유는 뭔가요

“모두가 이곳은 기계공업이 안된다고 하는데 난 고향에서 해내고야 말겠다는 고집이 있었지요.우리가 납품하는 대기업과 거래하는 회사 가운데 우리 회사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거예요.손해도 많죠.당장 물류비만 해도 얼만데요.그래도 강원도에서 우리 회사를 기점으로 기계공업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뿌듯함도 있습니다.또 고향 후배들이 회사에 들어와 전문인으로 무럭무럭 커 나가는 것도 자랑거리입니다.”

여기에는 일화가 하나 있다.아들인 이규환 사장이 미국 공부를 마치고 막 돌아와 회사 경영을 배울 당시인 1993년, 이 사장은 강릉이 아닌 수도권이나 대기업이 있는 곳으로 옮겨 가자고 했다.아버지가 들은 척도 하지 않자 “그럼 강릉에는 관광객이 많이 오니 관광호텔을 하나 지어보면 돈을 벌지 않겠느냐”고 건의했다.이 회장은 버럭 화를 내며 “기껏 공부시켜 놨더니 편하게 돈만 벌려고 한다”면서 한동안 말을 섞지 않았다.얼마 후 이 사장은 다시 “유동인구가 많으니 대형마트를 운영해보자”고 했다가 쫓겨날 뻔했다.그 후 이 사장은 두 번 다시 다른 사업을 해 보자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솔직히 후회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으세요

“글쎄요….돈 벌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는데 기술력이 우리보다 떨어지고 능력도 안 되는 회사가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로 대기업 납품을 독차지하면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걸 보면 사실 속상합니다.오라는 곳도 많았는데….아들 얘기 들었으면 돈은 벌었을 겁니다.근데 인생 뭐 있어요.이 정도 해 온 것도 다행이지.무슨 욕심을 내겠습니까.하하.”

△대통령이 다녀간 이후에 21세기기업이 다시 주목을 받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2006년에 강릉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습니다.그분도 기억하더군요.저는 지방 기업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얘기했어요.자본이 없어 개발했던 기술을 대기업에 빼앗기다시피 넘긴 얘기부터 납품가격이 어떻게 깎이는지 등에 대해서요.대통령도 사업을 했던 분이라 금방 이해하더군요.그래서 그랬어요.대기업에 다른 지방 중소기업 하나씩을 의무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라고요.그래야 지역 중소기업이 존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역에서 존경받는 기업인 중 한 분으로 꼽히시는데 도내 중소기업인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지요

“고향을 지키면서 기업하는 사람들끼리 고충이며 고민을 다 아는데 무슨 얘기를 하겠습니까.어려운 시기인 만큼 서로 끝까지 버티자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그나저나 정부에서 중소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을 정말 잘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꿈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나이 70 넘어서 꿈을 얘기한다는 게 그렇긴한데… 대기업에 납품을 오래하다보니 우리 브랜드에 대한 욕심이 생기더군요.2005년에 설립한 연구소에서 지금 특허출원 내놓은 제품이 있어요.시장조사를 해 보니까 국내외에서 괜찮을 것 같습니다.이걸로 다시 승부해야지요.제품이 좋으면 대기업이든, 해외기업이든 관심을 갖게 마련이거든요.”

미래에 대해 말하는 동안 이 회장의 얼굴에는 결기(決起)가 서렸다.43년간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해 온 기업이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새삼 느꼈다.이 회장과 1년 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돌아섰다.강릉 바닷바람이 싱그러웠다.

유병욱기자 newybu@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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