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개인회생 신청 봇물 “먹고살기 힘든 강원”

 -1,300여건… 전국에서 3번째 많아

 수해 등으로 경제적 고통 받는 주민들이 개인회생 신청을 위해 법원으로 몰리고 있다.

 29일 춘천지법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제가 도입된 이후 도내 신청 건수는 1,300여건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수에 비례해 전국 세번째에 달하고 있다.

 더욱이 개인회생제를 통해 재기하려는 영동지역 신청자 가운데 상당수가 태풍 루사와 매미 등 수해로 채무의 늪에 빠진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불황에 덮친 수해

 삼척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던 A(42)씨는 2000년 초 부터 불황이 이어지자 납품 대금 을 회수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자금 압박을 받아 오던 A씨는 아쉬운 대로 카드사로부터 카드 대출을 받고 현금 서비스로 돌려 막기 등을 하면서 근근히 가구점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2002년 8월31일 태풍 루사로 전 재산인 가구가 물어 젖어 소실되자 파산 위기에 놓였다.

 A씨는 정부에서 저리로 특별자금 대출을 해주긴 했지만 재기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 빚이 점점 늘어갔고 결국 금융기관 채무 등이 1억2,000여만원에 달하자 지난 3월 춘천지법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법원은 건설회사 노동자로 일하면서 월 150여만원을 벌고 있는 A씨가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지도 않고 부인과 맞벌이를 하며 내핍을 다짐하고 있는 만큼 지난 13일 변제계획안을 인가했다.

 이에 따라 A씨는 9,000여만원을 탕감받고 기초 생활비를 제외한 가용소득 23만원을 96개월 동안 매월 갚은 후 채무의 늪에서 벗어나게 됐다.

 춘천지법은 음식점 미용실 등 자영업자와 비닐하우스 농민 어민 등 강릉 삼척지역의 신청자 가운데 상당수가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다 2년 동안 연속된 수해로 파산 지경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취약한 경제구조가 채무자 양산

 도내의 경우 경제활동 인구 1만명당 개인회생 신청자는 4.3명으로 전국에서 세번째이다.

 경제활동 인구 자체가 다른 시·도에 비해 적은 도내에서 개인회생 신청이 폭주하는 이유는 한 번 빚지면 갚기 어려운 취약한 경제구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신청자 가운데 월 소득이 150만원 안팎인 저소득자가 대부분이고 채무액도 4,000만~5,000만원 수준인 경우가 많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수해나 폭설 등 자연재해가 외환위기 이후 불황을 견뎌온 자영업자 등에게 결정적 타격을 준 것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춘천지법 한금동 개인회생위원은 “경제가 활성화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빚을 지더라도 또다른 경제활동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는 것 같다”며 “그만큼 강원도가 먹고 살기 힘든 곳 아닌가 싶다”고 했다. <金美英기자·mykim@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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