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 사람일수록 돈 빌려쓰기가 어려운 것이 요즘 세상이다. '힘의 원리'를 차치하더라도 돈이 있는 곳에 돈이 몰린다는 세상이치가 그렇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2,000만~3,000만원짜리 멀쩡한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은행에서 이를 담보로 한푼도 빌려 쓸 수 없다면 어린아이도 웃을 일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실업률이 희망실업자까지 포함할 경우 7%대에 이른다. 물가 상승률도 3%선을 넘어서 서민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더욱이 신용불량자가 370만명선을 넘어서고 있다. 그래서 올해 경제운용 최대 과제를 서민경제 안정에 두고 있다. 신용불량자들에게 원리금을 감면해 주거나 상환을 연장해 주는 개인 워크아웃(신용회복 지원)제도 역시 찌들은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도와 회생시키기 위한 처방이다. 그러나 제1금융권의 대출업무는 거꾸로 가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주택투기 억제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을 60%선으로 못박은데다 부실채권 방지를 위해 공제기준(방 3칸이하의 경우 1,200만원)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번듯한 집을 가지고 은행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어도 필요할 때 한푼도 빌려쓰지 못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제2금융권과 사채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게 된다. 높은 이자로 빚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고 찌들은 서민가계의 안정을 돕기 위해서라도 턱없이 낮은 주택담보대출비율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요긴하게 돈을 쓸 수 있도록 '물꼬'를 터 위험수위에 놓인 연쇄파산을 막아야 한다. 말끝마다 외치고 있는 서민생활안정대책이 '말의 성찬'으로 끝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대출가능한 선에서 싼 이자로 돈을 쓸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