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원논단]기업이 망하면 모두 망한다

 IMF사태가 우리 경제사회내부에 여러 가지 큰 변화를 초래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금융시장에서의 두드러진 변화는 아마도 99년 이후 소비수요 증가와 금융기관의 경쟁적인 소매금융(retail banking)확대로 가계부문에는 자금이 넘칠 정도로 공급되고 있고 기업부문 특히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구당 금융부채가 지난 3월말 현재 1,930만원으로 1년전과 비교하여 23.4%나 늘어났으며 총대출금에서 차지하는 가계대출 비중도 98년말 34.9%에서 금년 3월말에는 49.1%까지 높아졌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는 강원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5월 한국은행 춘천지점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도내 가구당 금융부채액이 98년말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금융부채·소득비율도 전국평균보다 2~3% 포인트 정도 높아 도내 가계의 금융부채부담이 전국평균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 염려가 된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크게 증가하게 된 배경은 IMF 이후 기업도산의 급증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신용위험이 크게 높아져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가계대출중심의 소매금융에 주력하는 영업전략을 채택한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가계 부문에 자금공급이 집중될수록 경제에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먼저 점차 심화되고 있는 기업대출 기피현상이다. 사실 IMF 사태를 초래한 것도 과도한 기업대출과 여기서 파생된 부실대출이었고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게 부실대출에 대한 책임추궁이 잇따르면서 금융기관 직원들이 기업대출에 소극적인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대형은행을 포함한 모든 금융기관이 신용금고나 캐피털 등 소형 금융기관에서나 취급하는 소액대출상품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전문성 확보와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둘째로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날로 심화되는 기업대출기피는 국가 전략산업부문에 대한 자금지원 부족으로 나타나 자칫하면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기업금융기피로 회생가능성이 있는 워크아웃 대상기업들이 도산으로 이어진다면 국민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음을 인식하여야 하겠다. 셋째로는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데다 신용불량기록의 대폭적인 삭제에도 불구하고 신용불량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어 가계대출의 부실화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가계대출의 부실화는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할 뿐아니라 개인파산자 증가 등으로 사회경제적 불안을 야기하거나 금융부실을 초래하여 금융기관의 경영안정성을 저해할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 따라서 기업이든 가계든 능력을 벗어나는 차입은 개별주체는 물론이고 경제전체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각 경제주체가 이 문제에 사전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먼저, 금융기관은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집착하여 손쉽게 장사할 수 있는 가계대출만 과도하게 늘릴 경우 이는 결국 「제살깎아 먹기」가 될 수도 있음을 인식하고 기업대출에 대한 심사능력 제고와 대출위협의 최소화 등을 통하여 기업대출을 적극 확대하는 영업전략이 필요하다. 가계대출의 경우에도 개인고객에 대한 신용평점제도(Credit Scoring System)의 철저한 운용과 이를 통한 적절한 한도관리가 필요하다. 둘째로 일반 가계도 휴대폰 요금이나 카드대금과 같은 소액의 연체료도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고 평소 자기신용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소득수준이나 상환능력 등 자신의 능력에 걸맞는 부채만을 차입하는 소위 「빚테크」가 필요하다 하겠다. 셋째로 정책당국도 기업의 만성적인 차입경영 풍조가 외환위기를 초래하였다는 교훈을 거울삼아 가계부문에 과도한 자금이 흘러가지 않도록 금융기관의 자금운용에 대한 제도적 장 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가계대출 부실화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금융기관이 고객의 신용을 철저히 관리하도록 지도·점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하겠다.

徐正道<한국은행 춘천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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