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이 살려면 꼭 필요한 게 있다. 의식주 그리고 아프면 치료받을 병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강원도에는 있어야 할 것이 많이 부족하다. 국립중앙의료원 헬스 맵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18개 중 11개 시·군은 병원 자체 충족률이 50% 미만이다. 2명 중 1명은 병원을 찾아 1시간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뿐인가. 어렵게 찾아간 병원에서도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어 다시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다 치료받아야 할 골든타임을 놓치기 십상이다. 분만 취약지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2018년 기준 모성 사망비는 전국이 인구 십만명당 6.9명인데 강원도는 이보다 3배 많은 23.9명이다. 이 모든 것이 넓은 강원도에 부족한 의사 수로 겪어야 하는 이중고다.
정부는 이번에 의대 입학정원을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더 선발할 것과 이 중 300명은 전액 국가장학금을 받는 대신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지역 의사로 근무하게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의사 부족으로 허덕이는 강원도에서는 환영할 소식이다.
그러나 강원도의 의료 취약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인구수는 적은 데다 지불능력이 적은 노인 인구가 많은 이유로 의사가 지역에 오지 않아 의료 공백이 생긴 곳이 의료취약지다. 취약지의 우선순위 선정에 있어 '인구' 대비 접근이 아닌 '의료 접근성'을 고려한 배분이 필요하다.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연보와 통계청 도시계획자료를 이용해 분석해 보니 행정면적 10㎢당 전국 평균 의사 수는 10.23명이다. 강원도는 1.58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춘천, 원주, 강릉 등을 제외하면 의사 수는 1명 미만으로 낮아진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인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지역보다 인구수 대비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의대 입학정원과 함께 필요한 후속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졸업 후 전문의 수련과 정주 환경의 지원이다. 지역에서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도 지방대 병원에 인턴 전공의 수련 정원이 부족하면 의무 기간만 채운 후 대도시로 가기 바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된 전문의 수련 정원을 지방대 병원에 늘려줘야 한다.
수련을 마치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재정적 지원도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 보험제도는 의사가 환자를 많이 봐야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인구수가 적은 지역에서 환자를 유인하거나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 이상 수익 보전이 어렵다. 따라서 정부는 사람 중심, 가치 중심의 공공의료 정책을 위해 취약지에 대한 가산 수가, 인건비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건 기우일 것이란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언급해 본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진료 영역에서 역량을 갖춘 의사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늘어난 입학정원을 감당할 교육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교육시설과 인력, 실험 실습 장비와 교육병원의 확충이다. 지역에 교육 인프라가 지원되지 않은 채 입학정원만을 늘린다면 현재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질 낮은 의료인력만 양산하는 결과 그대로다. 좋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가는 환자 쏠림 현상도 해결될 수 없다.
지금 강원도에서는 형평성과 의료의 질을 모두 충족해 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의사 양성 정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