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했던 6·3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후보가 강원자치도지사로 당선되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강원일보가 특집으로 선보인 ‘정치 요리쇼-육삼키친’에 출연했다. 여기서 보여준 ‘나물밥 정치’는 단순한 요리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영동과 영서, 춘천·원주·강릉으로 대변되는 지역 간의 미묘한 경쟁 심리를 허물고,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의 틀을 넘어 ‘강원 발전’이라는 하나의 그릇에 모두를 버무려내겠다는 거대한 통합의 선언이었다. 실제로 보수 성향 인사들의 마음을 움직여 대통합의 발판을 마련한 그의 행보는 강원 정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제 강원인들의 시선은 ‘정치인 우상호’를 넘어 ‘행정수반 우상호’가 만들어갈 실행력으로 향한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 4선 국회의원과 원내대표를 지내며 갈등을 조정하고 굵직한 협상을 이끌어냈던 그의 관록과 경험은 오롯이 강원자치도의 도약을 위해 쓰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 당선인은 반드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해야 할 때다. 우선 우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강릉 1GW급 AI 데이터센터’ 유치를 조속히 현실화하고 투명하게 검증해야 한다.
선거 기간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최대 70조원 규모의 대기업 직접 투자 프로젝트는 앞으로 우상호 도정의 성패를 가를 핵심 시험대다. 비공개 절차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당선 직후 강원인들에게 구체적인 진행 상황과 기업명을 명확히 공개해 ‘공수표’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약 4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0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단순한 장밋빛 전망에 그치지 않도록, 중앙 네트워크와 정치력을 총동원해 실행 기구를 즉각 가동해야 한다. 기존 컨소시엄 사업과의 상호보완적 경제 모델을 정립하는 것도 우 당선인의 몫이다.
둘째, 시래기 가공 산업에서 착안한 ‘강원형 식품 가공 산업’을 전방위로 육성해야 한다. 양구 시래기 공장에서 확인한 고부가가치 농업의 잠재력을 도정 전반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단순 1차 산업에 머물던 강원의 농업을 가공, 유통, 수출이 결합한 융복합 산업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농가에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는 맞춤형 벨트를 구축해,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고 인구 유입의 기반을 닦아야 함은 물론이다. 셋째, ‘도민 대통합’의 약속을 제도적 탕평책으로 증명해야 한다. 진영을 넘어 우 당선인을 지지했던 보수 인사들의 고향 사랑과 열정을 도정에 녹여내야 한다. 영동과 영서의 해묵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주요 정무직과 위원회 구성에서 균형 잡힌 인사를 단행하고, 지역 간 균형발전 예산을 공평하게 배분해 진정한 ‘통합 강원도’의 기틀을 완성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역으로 우 당선인이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첫째, 전임 도정의 성과를 지우는 ‘정치적 보복 행정’이다. 즉, 과거 도정이 추진해 온 긍정적인 성과를 단지 정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뒤집거나 폄훼해서는 안 된다. 행정의 연속성이 깨지면 기업의 신뢰를 잃고 결국 피해는 주민에게 돌아간다. 경쟁이 아닌 ‘상호보완’을 외쳤던 나물밥의 정치처럼, 전임 도정의 유산을 포용하고 발전시키는 넓은 품을 보여줘야 한다.
둘째, ‘지역 연고 부족’이라는 비판을 지우기 위해 단기적 선심성 포퓰리즘에 기대서는 곤란하다.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화려한 이력이 도리어 ‘중앙 바라보기식 도정’이라는 오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현장 중심 행정을 펼쳐야 한다. 당장의 인기를 의식한 일회성 현금성 지원이나 실현 불가능한 선심성 사업보다는, 강원의 고질적인 규제를 혁파하고 자립 경제를 구축하는 장기적이고 묵직한 정책이 중요하다. 셋째, 소통 없는 ‘밀실 행정’이다. 기업 등 요청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검증 요구를 거부하거나 소통을 게을리한다면 주민들의 신뢰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대규모 프로젝트일수록 추진 과정을 도의회와 도민들에게 투명하게 보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열린 도정’을 펼쳐야 한다. 선거의 뜨거웠던 열기 속, 그가 요리쇼에서 나지막이 건넨 한마디 “나물밥 한 그릇의 행복이 모든 도민의 행복이 될 때까지.” 이 소박하고도 묵직한 약속은, 앞으로 4년 동안 우 당선인이 가슴 깊이 품고 가야 할 강원도정의 가장 고결한 나침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