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초등학생 아이가 숙제를 ChatGPT로 해결하는 것을 보고 새삼 놀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학습과 업무는 물론이고 문화를 즐기는 방식까지 달라지고 있다. 도서관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최근 『라이브러리 플러스』 창간호에서 미래 도서관의 방향을 제시했다.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식 생태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 여러 도시가 그 길을 걷고 있다. 싱가포르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을 위한 AI 교육을 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고, 일본은 챗GPT와 연계한 도서 검색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도서관들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도입한 지 오래다. 서울과 세종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면 강릉은 어떤가.
강릉은 관광도시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문화와 교육의 도시이기도 하다. 율곡 이이의 고향이고, 크고 작은 문화 자산이 곳곳에 남아 있다. 그런 강릉이 AI 시대에 걸맞은 지식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다면, 도시의 미래 경쟁력은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강릉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 다루기도 쉽지 않은 어르신들이 AI 시대의 변화 속에서 소외되지 않으려면, 누군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 역할을 공공도서관이 맡을 수 있다.
스마트 AI 도서관이라고 하면 으레 번듯한 건물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핵심은 공간이 아니라 기능이다. AI 기반 검색 시스템으로 원하는 자료를 빠르게 찾고, 독서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받고, 학생들은 코딩과 자기주도 학습을 스스로 익힐 수 있다. 어르신들은 키오스크 사용법부터 AI 번역까지, 일상에서 바로 쓸 수 있는 디지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강릉문화원이나 율곡국학진흥원 같은 지역 기관과 협력해 강릉의 역사·문화 자료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한다면, 강릉만의 색깔을 담은 도서관이 될 수 있다.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다.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사람이 모이는 공간‘의 가치는 더 커진다는 점이다. 화면 속 정보가 넘쳐날수록, 사람들은 직접 만나 배우고 이야기 나눌 공간을 더 찾게 된다. 도서관은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책 읽는 곳이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동네 사랑방 말이다.
물론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AI가 틀린 정보를 그럴듯하게 내놓는 문제, 개인정보 침해 우려,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이 느낄 거리감 같은 것들이다. 이런 문제들을 모른 척하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공공기관이 먼저 나서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기술을 다루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릉이 살기 좋은 도시가 되려면, 결국 사람에 투자해야 한다.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하고, 어르신들이 변화에 뒤처지지 않으며, 청년들이 굳이 도시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환경. 스마트 AI도서관은 그 환경을 만드는 작지만 단단한 초석이 될 수 있다.
필자는 그 출발점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지역 대학, 교육기관, 시민사회와 머리를 맞댈 생각이다. 강릉다운 미래형 도서관, 서울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강릉이 먼저 보여주는 모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