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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한고비 넘긴 산불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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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규 홍천국유림관리소장

양지바른 곳엔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아까시 꽃이 벌써 꽃망울을 잔뜩 달고 있다. 아까시 꽃이 만개하면 들판에 온갖 풀들이 무성해져 산불 위험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구전이 있는 까닭에 은근히 기다려지는 꽃이기도 하다. 더워진 날씨 탓인지 봄꽃들이 앞다투어 개화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연두색 산야가 짙은 초록으로 덮여 가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쉴 새 없이 산불이 발생하였다는 소식도 며칠 전부터 부쩍 잦아들었다. 적절하게 내린 봄비 덕도 있지만 늘상 산불 방지에 애쓰고 있는 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이 아닌가 싶다.

전년도부터 산불의 원인이 되는 소각산불을 방지하기 위하여 직접 고용한 재정지원일자리사업 인력으로 하여금 영농부산물 파쇄 지원단을 꾸려 산림과 연접한 농경지를 대상으로 수확하고 남은 부산물들을 파쇄하여 퇴비화하고, 도로변의 낙엽과 덩굴 등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연료를 사전에 제거하여 산불 위험을 낮춘 것도 산불 발생을 현저히 줄이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는 나름의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울창한 산림과 높은 국유림 비율을 자랑하고 있는 홍천국유림관리소에서는 드론을 활용한 입산자 관리(TV 송출), 지역 축제(홍천강 꽁꽁축제, 홍천 n 산나물 축제 등)에 홍보부스를 설치하여 산불 예방 활동에도 열과 성을 다하였다. 그러한 노력 역시도 봄철 산불 재난이라는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게 된 또 하나의 방책이었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산사태로부터 안전한 산림 관리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산불이라는 고비를 넘기고 나니 산사태라는 고비를 맞게 된다. 이것이 산림공직자의 숙명이다. 공직자의 임무는 뭐니 뭐니 해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일일 것이다. 더구나 전 국토의 산림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니 그 무게가 실로 무겁지 않을 수 없다.

전년도에 발생한 산사태 피해지에 대한 복구사업과 산사태 취약지역에 대한 예방사업이 여러 건 진행 중이다. 적절한 봄비는 조림 사업이나 산불 예방에는 아주 좋은 약이었으나 산사태 분야에 있어서는 공사 기간을 늦추는 요인이 되어 두 가지 모두를 관장하는 입장에서는 우산 장수와 짚신 장수를 둔 아버지와 같은 심정이다.

6월 중하순이면 본격적인 집중호우 기간에 진입하게 되므로 그 이전까지는 산사태와 관련된 모든 예방 및 복구사업이 마무리되어야 한다. 기간 내 모든 공사를 마무리할 때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점검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산불의 고비를 슬기롭게 넘긴 것처럼 산사태 분야도 안전하고 슬기롭게 극복해 ‘숲으로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 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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