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요양보호사 절반이 60~70대 …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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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어버이날 앞둔 춘천의 한 노인요양시설 방문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오후 춘천시 서면의 노인요양시설인 행복이 가득한 집. 보호자 초청 행사가 열렸다. 사진=신하림기자

“엄마, 아~”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 오후 춘천시 서면의 노인요양시설인 ‘행복이 가득한 집’ 마당. 양정규(56)씨가 김치전을 잘게 찢은 후 호호 불어 휠체어에 앉은 구순의 노모 입에 내밀었다. 어머니는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지만 아들이 눈을 마주치고 웃을 때 마다 활짝 웃었다. 양씨는 “집에서 모실 수가 없어 5년전부터 요양원에 모시고 4남매가 돌아가면서 찾아뵙고 있다”며 “이제는 이 곳에 계신 모두가 가족 같다”고 말했다.

이날 행복이 가득한 집은 어버이날을 맞아 입소자 어르신들의 보호자를 초청하고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한 50대 딸은 연지곤지를 찍고 한복을 입은 채 부모님과 어르신들 앞에서 춤을 추기도 했고, 백발의 노모께 꽃을 안겨 드리고 함께 사진을 찍는 60대 내외도 있었다.

이들을 위해 주황색 앞치마를 두르고 한 켠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요양보호사들도 있었다. 행복이 가득한 집에 입소한 어르신은 모두 90명. 대부분 80대이고 경증부터 중증까지 치매를 앓고 있다. 최고령은 105세다. 이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42명으로 절반 이상은 60~70대들이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시대’의 단면이다.

요양보호사 중 최고참인 김계자(76)씨는 2009년 개원 때부터 근속하고 있다.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입소자를 보면 기분이 묘해진다. 김씨는 “이제는 입소자들이 친정 엄마, 아빠 같다”고 말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은 2인 1실을 기본으로 한다. 입소자들이 치매를 앓는 정도가 달라 섬망 증상, 수면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효진 원장은 “야간에 어르신의 고성이 잦아들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며 “곧 돌아가실 징조이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강원특별자치도에 따르면 강원지역에 요양보호자 자격증을 취득한 누적 인원은 7만5,000명이다. 하지만 요양원마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다. 행복이 가득한 집만 하더라도 2009년 개원 초만 해도 요양보호사는 모두 40~50대였지만 요즘은 손에 꼽을 정도다. 전국적으로도 지난 2022년 이미 전체 요양보호사 60만여명 가운데 60대가 50%를 넘어섰고 70대 이상도 12%로 ‘노노(老老)케어’가 현실화 됐다.

한국노인장기요양기관협회 강원지부장인 장효진 원장은 “최저시급에 치매 어르신을 돌보는 일이다 보니까 젊은 인력을 구하는 게 너무 힘들다”며 “운영 지속성 확보를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행복이 가득한 집의 온라인 커뮤니티 모토는 ‘또 하나의 가족’이다. 노노케어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지역사회의 숙제가 됐다.

◇어버이날을 앞둔 7일 오후 춘천시 서면의 노인요양시설인 행복이 가득한 집. 보호자 초청 행사가 열렸다. 사진=신하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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