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치솟는 유가에 불안한 서민 경제, 대책 시급하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 현상 속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며 치솟고 있다. 유가 인상은 기업의 어려움을 초래하지만 서민 생계에도 큰 타격을 준다.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가계 지출은 증가하면서 가계 살림이 압박을 받으니 지갑을 닫고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내수 부진이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끼쳐 경기 불황이 심화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국제유가는 올 들어 20% 가까이 올라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91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86달러를 넘었다. 국제유가 상승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이 중동 산유국의 석유 관련 정책과 수급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중남미 주요 산유국인 멕시코가 국내 공급 확대를 이유로 원유 수출을 대폭 감축해 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정부가 오는 30일 일몰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을 두고 고심에 빠졌다. 유류세 인하 혜택이 사라질 경우 휘발유 가격이 ℓ당 1,900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고물가에 대한 부담이 커서 재연장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유가에 적용되는 국제유가 상승분과 함께 유류세 혜택까지 사라진다면 도내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00원을 넘길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순께 연장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2개월 추가 연장이다. 6월 말까지 인하 조치를 연장한 뒤 국제유가 추세를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재연장이 현실화될 경우 이번이 9번째다. 유류세 인하는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21년 11월 처음 시행된 이후 8차례에 걸쳐 연장됐다.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하다. 고유가는 무역수지 악화, 소비 둔화를 야기해 수출 호조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으로 이어져 금리 정책을 펴기도 쉽지 않다. 최근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지만 온기가 확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물론 여야 정치권은 속히 민생 챙기기에 나서기를 바란다. 민생 경제의 추락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하반기엔 물가가 2%대로 안정될 것으로 낙관하는데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총선 기간 대파 논란에서 보듯 물가는 민생의 기본이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각오로 필요한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해야 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