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조선 왕실의 숲을 가다]어명을 받아 황장목 베던 '목도꾼의 소리' 배어 있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원덕읍 이천리 위치 강원 최남단
벌목 시 부르던 노동요 남아있어
수많은 나무 공출 보여주는 자료

노거수 아래 자연석 다듬어 제작
고정되지 않아 보존 상태 안좋아
이정표 부재·유실 위험 조치 필요

삼척시 원덕읍 이천리 이천폭포 주변에 있는 사금산 금표를 삼척시의 유일한 황장금표로 왕실과 산림의 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준경묘 일대의 소나무 군락은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 산지이다. 김남덕기자
삼척시 원덕읍 이천리 이천폭포 주변에 있는 사금산 금표를 삼척시의 유일한 황장금표로 왕실과 산림의 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준경묘 일대의 소나무 군락은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 산지이다. 김남덕기자
삼척시 원덕읍 이천리 이천폭포 주변에 있는 사금산 금표를 삼척시의 유일한 황장금표로 왕실과 산림의 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준경묘 일대의 소나무 군락은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 산지이다. 김남덕기자
삼척시 원덕읍 이천리 이천폭포 주변에 있는 사금산 금표를 삼척시의 유일한 황장금표로 왕실과 산림의 관계를 보여준다. 또한 준경묘 일대의 소나무 군락은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 산지이다. 김남덕기자

2.삼척 사금산 금표

삼척시는 남으로 백두대간이 줄기차게 내리뻗고 동서로 높고 고개는 가팔라 우거져 아름드리나무들이 가득하다. 대표적 소나무 군락지는 준경묘와 영경묘 일대에 있다. 두타산(1,353m) 자락에 자리 잡은 준경묘는 태조 이성계의 5대조인 양무 장군의 묘이다. 준경묘에서 약 4㎞ 떨어진 영경묘는 양무 장군의 부인 평창 이씨의 묘이다. 준경묘와 영경묘는 남한 지역에서 유일한 조선 왕실 선대의 능묘로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크다. 고종 3년(1899년)에 왕명으로 묘소를 정비하고, 제각·재실·비각 등을 세웠다. 더불어 영경묘와 준경묘 주변에서 화전을 금지함으로써 숲을 보호했다. 영경묘·준경묘 소나무숲은 강원도 지방기념물 제43호로 관리되다가, 2012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524호로 지정되었다.준경묘역을 둘러싼 울창한 금강소나무숲에는 수령 100~120년인 14만 그루의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준경묘 소나무숲의 금강소나무는 중요 문화재 복원용 목재가 필요할 때 우선순위로 사용된다. 지난 2008년 2월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을 복원하기 위해 준경묘역의 소나무 20그루가 쓰이기도 했다.영경묘역은 준경묘역에 비해 산세가 조금 가파르다. 그에 따라 정자각도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지고, 소나무 숲 면적도 비교적 좁다. 비탈에 자리 잡은 일부 소나무는 계곡 쪽으로 기울며 자라고 있다.

소나무의 다른 이름은 금강송, 황장목이 있다. 황장목(黃腸木)은 나라에서 사용하려고 금표를 설치하여 관리하는 금강송을 이르는 말이다. 삼척은 어명을 받은 황장목을 베어낸 목도꾼 소리가 남아 있다. 목도꾼들은 벌목을 하면서 노동의 힘듦을 덜어내기 위해 구령에 맞추어 단체로 소리를 불렀다. 소리라고 하여 대단한 사설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흥에 겨워 선창을 하면 후렴을 붙여 흥겹게 노동하고자 했던 소리가 바로 “황장목 목도꾼소리”이다.삼척시에서 황장목이 반출된 것은 1804년(순조 4) 인정전을 중건할 때와 1865년 경복궁을 중건할 때였다. 삼척시 사금산불경곡에서 황장목을 베어 골짜기를 따라 덕산 앞바다로 운반했다. 어명을 받은 소나무를 베어 운반하는 과정을 담은 황장목 목도꾼 소리는 이 지역에서 자주 소나무가 공출됐는지 보여주는 자료다.

강원 최남단지역의 금표는 삼척시 원덕읍 이천리 이천폭포를 지나서 있다. 삼척 사금산 금표로 가로 31cm, 세로 55cm, 두께 11cm 가량의 금표는 자연석을 다듬은 듯 보인다. 계곡 옆 노거수(굴참나무) 아래 자리하고 있다. 삼척 사금산 금표는 시멘트로 만든 기단 위에 세워져 있다. 고정된 것이 아니다 보니 작은 충격에도 흔들리는 등 보존 상태가 좋은 편이라 말하기 어렵다. 이러한 삼척 사금산 금표의 전면에는 금표(禁標)가 새겨져 있는데, 어떤 목적의 금표인지는 해당 지역에 전해지는 '황장목 목도꾼 소리'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황장목 목도꾼 소리'에는 사금산과 황장목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 일대가 황장목의 생산지인 것을 보여준다. 즉 해당 금표를 통해 사금산이 황장봉산(黃膓封山)으로 지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단 옛 기록에는 사금산이 확인이 되지 않는데, '관동지'를 보면 삼척의 황장봉산은 ▲황지산(黃池山) ▲소달산(所達山) ▲마읍산(麻邑山) ▲궁방산(宮房山) ▲가곡산(可谷山) 등이 확인된다.

삼척 사금산 금표는 인접한 울진 소광리 황장봉계 표석(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300호)과 울진 소광 황장봉산 동계표석(국가산림문화자산 2015-0004) 등과 함께 과거 이 지역이 황장목의 주요 생산지이자 황장봉산으로 지정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하지만 울진의 봉표가 각각 도지정 문화재와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되어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해 삼척 사금산 금표는 비지정문화재라 비교된다. 강원도 문화재 돌봄 사업단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해 주변 정비를 실시하고 있지만, 이정표나 안내문 등이 없기에 알고 찾아가지 않는 이상 초행길에 찾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위치상 계곡 바로 옆에 있어 장마와 자연재해, 도난 등으로 유실될 위험이 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글,사진=김남덕기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