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전의교협 "교육부, 대학에 '학칙개정 전 의대 증원 미리 공표해도 된다' 안내 편법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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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학칙개정·대입전형 시행계획 발표 순서 명시한 규정 없어"
의대생들 "증원은 계약위반"…대학측 "민사 아닌 행정소송 대상"

사진=연합뉴스

속보=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2개월 넘게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의대교수들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교육부가 대학들에 '학칙개정 전 의대 증원을 미리 공표해도 된다'고 안내하며 편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의교협은 "교육부가 2026학년도 대입 모집 정원을 4월 30일까지 공표하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학칙 개정 등 필요한 절차는 공표 이후 마무리해도 된다고 안내했다"며 "대학 내 모든 결정은 교무회의, 평의회 등 구성원들의 의사를 반영해 진행돼야 하는데, 이는 탈법과 편법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2025학년 정원을 2023년 적법한 절차를 거쳐 공표했지만, 수시 접수가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전례 없이 대규모 순증원을 하려 하고 있다"며 "이제 와서 대입 제도를 손본다는 것이 수험생과 재학생에게 어떤 혼란을 가져올지 모르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내 의사결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교육부의 부당한 지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할 입시와 의대 교육의 대혼란과 폐해에 대해 정부와 그에 동조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의교협에 따르면 교육부는 최근 각 대학에 증원분을 반영한 2025학년도 모집인원과 2026학년도 정원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조속히 제출하고 4월 30일까지 공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를 통해 "불가피한 경우 대입전형시행계획을 먼저 제출한 후 학칙 개정 등 시행계획 변경에 필요한 절차를 사후에 마무리하는 게 가능하다"고 알렸다.

교육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통상적이라면 학칙을 개정해 정원을 확정한 뒤 시행계획을 공표하지만 의학·사범계열 정원의 경우 학교가 아닌 국가가 관리하는 정원이고 지금은 특수 상황"이라며 "시행계획 공표 이전에 학칙개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규정 또한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학부모·수험생이 입시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끔 대교협 등 '학교 협의체'가 입학연도 개시 1년 10개월 전까지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공표하도록 정하고 있다.

대학 신입생에게 적용되는 입학전형 시행계획은 고2 4월 말까지 발표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2025학년도 대입을 치를 올해 고3 학생들의 모집인원은 이미 지난해 4월 발표됐고, 의대 정원이 증원되면서 이를 개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2026학년도 대입을 치를 올해 고2 학생 대상 입학전형 시행계획은 이달 말 발표된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이날 국립대인 강원대·제주대·충북대 의대생 총 482명이 각 대학 총장·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국가를 상대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금지하라"며 낸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열었다.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는 "국립대와 의대생들은 학습과 관련한 계약을 맺었는데, 대학들이 입학 정원을 변경하면 교육의 질이 현저히 떨어져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학습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을 중단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학 측이 수시전형 모집을 4∼5개월 앞두고 입학정원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고등교육법상 대입 사전예고제를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이에 대해 각 대학 총장과 국가 측 대리인은 "원고들은 국가, 대학과의 사법상 계약을 언급하며 채무 불이행 우려를 주장하지만 이들의 실질적인 주장은 결국 의대생 증원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의대생들이 주장하는 내용과 피보전권리(가처분을 통해 보전받고자 하는 권리)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의대생들이 궁극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정부의 의대증원 방침인 만큼 민사소송이 아닌 행정소송을 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을 검토한 후 이달 말께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 종료 후 이 변호사는 취재진에 "현재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 총장을 상대로도 같은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라고 설명했다.

앞서 의대생들은 정부를 상대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연이어 각하했다.

◇22일 오후 지방 의대생들이 자신이 속한 대학 총장을 상대로 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소송 관련 기자회견에 앞서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 등 관계자들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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