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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응변창신'을 떠올려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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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철원주재 차장

치열했던 4·10 국회의원 선거가 끝난지도 벌써 2주가량이 지났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후보들과 곳곳에서 이들을 지원하던 선거운동원들의 모습이 기억에서 흐릿해진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철원에서는 많은 농민들이 못자리 설치로 분주했는데 4월 말이 되자 본격적으로 모내기가 지역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며칠 있으면 만날 5월의 철원평야에는 논에 들어찬 물에 구름이 반사돼 2개의 하늘이 펼쳐지는 장관이 연출될 것이다. 농민들의 농기계와 챠량들이 민통선 초소를 분주하게 넘나들고 모내기를 돕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포사격 훈련을 위해 사격장으로 이동하는 대규모 군(軍) 장비와 모내기로 분주한 농민들의 모습과 함께 봄 나들이를 위해 주요 명소를 찾는 관광객들의 모습도 이젠 익숙하다. 마침 이달 중 순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을 찾은 누적 관광객수가 200만명을 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2021년 11월19일 정식 개장한 이후 3년여 만의 성과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만큼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의 주 출입구인 순담과 드르니마을 인근엔 대형 식당과 카페가 자리를 잡아 변화되고 있는 철원을 드러낸다.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의 인기 속에는 웃지 못할 순간도 많았다. 들뜬 마음에 술 한 잔을 걸치고 주상절리길을 찾는 소수의 탐방객이 간혹 등장했다. 탐방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관광시설을 운영하는 철원군은 매표소에 음주측정기를 가져다 놓고 너무 많은 술을 마신 음주자의 출입을 제한했다. 안전 점검을 위해 휴장하는 매주 화요일에 담을 넘어 무단 출입한 일부 탐방객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는 일 역시 그동안 지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이 철원군의 관광지도를 바꿨다면 확고하게 관광도시로의 입지를 굳힌 주역은 고석정꽃밭이다. 5월 중순 개장을 앞둔 고석정꽃밭은 밭을 가는 트랙터와 꽃묘 식재 및 파종에 나선 인력들로 분주하다. 따뜻하면서도 서늘한 기운이 오고가는 변덕스러운 날씨에 꽃을 피우기가 쉽지 않지만 꽃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모습에 활기가 넘친다.

곧 있으면 화려한 꽃들이 관광객을 맞이할 고석정꽃밭은 과거 군부대의 포사격 훈련장이었고 후기 구석기 유물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 문화재 유존지역이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Y진지'라는 명칭이 더 익숙했다. 철원군에 양여된 부지는 매장문화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2019년부터 꽃밭으로 조성돼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2022~2023년 2년 동안 꽃밭을 다녀간 누적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섰고 지역 상경기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남기고 있으니 가히 '기적'이라 불릴만 하다.

철원군은 변화에 한 발 앞서 대응하고 주도적으로 길을 개척한다는 뜻의 '응변창신(應變創新)'을 떠올려야 할 때다. 지역 발전의 적임자임을 내세우며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졌던, 불과 2주전의 선거가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서는 안되는 이유다. 지자체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관광을 테마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면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당선자들은 변화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요구는 대체로 도로망 확충, 농민 및 소상공인 지원 방안, 정주여건 개선, 군사시설 및 농업 분야에 대한 각종 규제 완화 등으로 압축된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철원이 접경지역이라는 한계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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