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으로서 민생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의 역동성을 끌어올릴 처방전을 마련하는데 집중하는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형태의 공천 시스템 만들고, 고도의 미시적인 전략을 준비해 다음 지방선거를 대비해야지요"
서울시 전체 면적의 9배, 전국에서 가장 넓고 큰 선거구는 어디일까. 바로 강원도 홍천-횡성-영월-평창 선거구다. 이 선거구에 포함된 각각의 시·군은 오랜세월 부침을 겪다가 4년전 처음 하나로 묶였다. 이들의 두번째 선택은 바로 국민의힘 유상범 당선인. 4·10총선 초반부터 개표까지 시종일관 선거를 이끌었음에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듯하다. 총선 참패로 더 강화된 '여소야대'의 22대 국회가 기다리고 있어서다.
유 당선자를 국회에서 만나 그간의 이야기와 앞으로의 미래 비전, 계획을 들어봤다.
■ 치열했지만 큰 격차로 승리했다
"주민들께서 그동안 4개 군 지역의 각종 현안을 잘 끌고 왔다고 인정해 주신 것 같다. 4년전에는 정치 신인이었기 때문에 동생(배우 유오성씨)과 같이 다니면서 저를 알려야 했지만 이번에는 따로 다녔다. 이제는 저를 알아봐 주시고, 인정해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기 때문에 같이 다닐 필요가 없어서 좀 더 효율적으로 동선을 짠거다.
이런 측면들이 있어 다른 경합지역보다는 조금 수월하게 선거를 치른 것 같다. 다만 후보 입장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자신감이 지나치거나 교만하면 유권자들은 바로 응징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여소야대' 의 22대 국회에 여당 재선으로 입성하게 됐는데
"즐거움보다는 걱정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추구했던 보수 우파의 정책이 완전히 발목 잡힐 것이고, 의회에서의 폭주가 더욱 심해질 우려가 있다. 과거에는 그래도 합리적으로 정치를 생각하는 그룹이 있었는데 22대 국회에서 사라졌다. 앞으로 국회는, 정치는 더 약육강식의 정글이 되지 않을까"
■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그동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드렸다. 이번에도 그런 역할이 주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법사위는 정치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매우 중요한 길목이다. 22대 국회에 진출한 우리당 인적구성을 보면 법사위에 갈 만한 선수가 많지 않다. 제 전공이기도 하고, 4년간의 법사위 경험이 있으니 당에서 다시 법사위로 가달라는 요구가 들어올 것 같다
더 구체적으로는 국회 법사위·예결위 간사, 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맡아 당과 지역을 위해 기꺼이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우리 지역의 전성시대를 열기 위해 어떠한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
■ 국민의힘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우리당은 이번에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철저히 외면받았고, 영남·강남·고령층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임기 3년 남은 집권 여당이자 윤석열 정부 국정의 한 축으로서 당연히 이번 총선 결과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민의 먹고 사는 일에 국력을 모으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민생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제의 역동성을 끌어올릴 처방전을 마련하는데 모든 당력을 쏟는게 급선무다.
선거전략상의 측면으로 보면 수도권 등을 고려해 새로운 형태의 공천시스템을 만들고 다음 지방선거부터 적용해야 한다. 고도의 미시적인 전략까지 당에서 준비해 대비해야 한다"
■ 지방선거와 대선이 멀지 않았다. 어떤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하나
"무엇보다 당의 쇄신 의지와 그 의지를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 과거 이준석이라는 사람을 대표로 두면서 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것이 국민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서 대선 승리까지 잘 왔다.
그렇다면 또다시 충격 요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봐야 하는데 어떻게 가져가야할지는 더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천막당사 얘기도 나오지만 그 역시 국민들 입장에선 한번 경험해본 일이다.
일단 실무형 비대위로 가서 빨리 새로운 리더십을 만드는게 나을 것 같다. 국민들에게는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그 콘텐츠를 보여줄 프레임도 매우 중요하다"
■ 전국에서 가장 넓은 선거구를 지역구로 갖고 있다. 복합선거구여서 남모를 고충이 많을 것 같은데
"홍천 서면에서 영월 상동읍까지 이동 거리만 190km, 2시간 30분이 족히 걸린다. 5일장을 비롯해 지역구에서 개최되는 각종 기념식이나 중요한 일정이 겹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생활권도 4개 군이 각기 다르고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는 중앙부처 공모사업을 선정할 때도 제 선거구 내 4개 군이 서로 경쟁하기도 한다. 다른 국회의원들이 한 개 사업을 따낼 때 복합선거구를 둔 저 같은 경우에는 2개, 3개를 챙겨야 하는 책임이 뒤따른다.
그래서 국회의원 3~4명의 몫을 혼자서도 해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선거구는 인구를 절대 기준으로 한 획정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 지역구 현안 가운데 가장 시급한 현안은
"공통적으로 홍천과 횡성, 영월, 평창 4개 지역 모두 SOC 기반이 미약하다. 결국 철도와 고속도로를 제대로 놓아야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생긴다.
홍천 같은 경우 용문~홍천 광역철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서면의 널미재 터널이 이어지면 서울에서 홍천 간 최단거리가 된다. 제2세컨하우스를 홍천으로 유치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완성되고, 골프장 건설과 같은 대규모 투자도 가능해진다.
횡성은 이모빌리티 클러스터 건설 2단계 공모 중인데 예산확보는 이미 다 됐다. 실질적으로 기업과 연구소들이 들어와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챙겨야한다. 또 원주권 상수원 보호구역 해제 문제가 있는데 이 역시 강원도와 원주시와 긴밀히 협의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이미 지난2월에 관련 용역을 했고, 횡성댐물로도 용수공급이 충분하다는게 확인됐다.
영월은 교통 사각지대다. 앞으로 남대천을 통해서 삼척까지 고속도로가 들어설 것이다 영월~삼척 간 고속도로 예타가 진행중인데 통과될 가능성이 높고, 영월~삼척 고속도로는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갈 수 있다. 여기에 국비 투자되는 대규모 사업을 제대로 유치하는데 힘쓸 계획이다.
평창의 경우 북부지역은 민간 투자가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산악관광 지역으로 만드는게 젤 좋은 방법이다. 대기업들의 관심도 많아 투자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남평창은 올림픽의 후광을 하나도 받지 못했다. 평창에 전지훈련을 많이 오니 지자체의 휴양소, 연수원 시설 등을 발굴하고 유치해 고산 전지훈련의 메카로 만들어가야한다"
■ 중진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유상범은 다르다' 는 평가를 받고싶다. '한번 한 약속을 소중히 생각하는 정치인', '이념과 정당 떠나 4개 군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
지역적으로는 낙후된 남부권 지자체들이 재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국회의원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 성공한 국회의원이 아닐까 생각한다"
■ 주민들에게 한 마디
"두 번 선거를 치르면서 느낀 것은 더 낮고 겸손한 자세로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는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믿고 맡겨주신 만큼 정직하고 바른 정치,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 민생과 서민이 공감하는 정치로 꼭 보답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