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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작은 부주의가 수십년 일군 숲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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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석 태백국유림관리소장

광복 이후 우리나라의 산은 황폐하고 암울한 모습이었다. 산봉우리는 비바람에 마모돼 더 황량한 모습으로 희망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불모지였다.

이에 우리나라는 1973년 국가 주도의 녹화사업을 시작했다. 국토녹화 50주년이 지난 시점에서 산림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핀란드, 스웨덴, 일본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산림국가로서 면모를 갖추게 됐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1982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고 극찬할 정도다. 이러한 노력들이 헛되지 않도록 한순간의 숲을 황폐화시키는 산불로부터 지키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2000년 동해안 산불로 축구장 면적의 3만3,000배에 달하는 약 2만4,000㏊의 산림이 피해를 입었다. 2022년에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로 인해 총 1만6,302㏊가 피해를 입는 등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산불 317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산불로 인해 50년간 일구어 온 산림이 한순간의 잿더미가 된 것이다. 태백에서도 2017년 5월 3일 동안 태백시 상사미동 둘밭마을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해 진화인력 1,200명이 투입됐으며, 90㏊ 면적이 소실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다.

산불의 주요 원인 중 입산자 실화, 쓰레기 소각, 담뱃불 실화 등 사람의 습관적인 행동과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것이 전체의 53%(168건)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태백은 백두산에서 지리산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산줄기로 이뤄진 우리나라 지형의 중심 뼈대 역할을 하는 백두대간 보호지역의 태백산 권역(백복령∼도래기재)에 포함돼 있는 지역이다. 태백 산림면적 중 산림보호구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64%로 생태적·환경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산림청 태백국유림관리소에서는 산불로부터 중요한 산림자원을 지키기 위해 지역행사와 연계한 산불예방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또 태백시·삼척시 하장면 농업기술센터에서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고 남은 영농부산물 처리를 신청받아 합동으로 직접 수거 및 파쇄사업을 실시해 논·밭두렁 소각행위를 예방하고 있다.

일몰 전후에 맞춰 산불 담당 공무원은 소각행위 단속도 병행하는 등 24시간 숨 쉴 틈 없는 감시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산불예방진화대 전진 배치,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상시 비상대기체제를 유지해 산불로부터 태백이 관할하고 있는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성공적인 녹화로 조성된 푸른 숲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산에 갈 때 라이터 등 화기물 소지하지 않기, 산림 주변에서 담배 피우지 않기, 쓰레기는 태우지 않고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기 등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은 작은 습관이 올바른 규칙으로 바뀔 수 있도록 전 국민이 다 함께 적극 동참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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