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수업 참여 의대생 전 학년에 공개 사과 강요…"단체 수업 거부 지속하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교육부, 경찰에 수사 의뢰…"법·원칙 따라 엄정 대응"

◇전국 대학교 의대 수업이 재개되는 가운데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속보=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2개월째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수도권의 한 의대 학생 태스크포스(TF)에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에게 전 학년 공개 대면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요하며 수업 거부 '집단행동'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면 강의, 임상실습뿐 아니라 온라인 수업에 대해서도 출석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학생들을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의과대학 학생 보호·신고센터'에 접수된 의대생 집단행동 참여 강요 사례에 대해 지난 18일 경찰에 공식 수사 의뢰를 했다고 21일 밝혔다.

신고 내용을 보면, 수도권 소재 한 의대 내 학생 TF는 소속 학생들에게 '수업 재개와 관계없이 단체 수업 거부를 지속하라'고 요구했다.

이러한 단체행동 서약에 반해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전 학년에 공개적으로 대면 사과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른바 '족보'로 불리는 학습자료에 접근할 수 없다고도 언급했다.

해당 의대 TF는 대면 강의, 임상실습뿐 아니라 온라인 수업도 출결 현황을 인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학습권 침해 행위는 절대로 용납돼선 안 된다"며 "수사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에 근거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정부가 대학별 교육 여건을 고려해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도록 한 만큼 각 대학은 내년 의대 모집 인원을 결정하고 이달 말까지 변경 사항을 반영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하라고 재차 안내했다.

◇전국 대학교 의대 수업이 재개되는 가운데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울러 이번 모집인원 자율 조정 조치가 의대생들의 조속한 수업 복귀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대학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대학본부, 의대가 긴밀히 협력해 학생들의 복귀를 설득하고, 탄력적인 학사 운영을 통해 학생들이 원활히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각 대학에 요청할 계획이다.

23일부터는 교육부 의대 현장점검단을 통해 의대 학사 운영과 관련한 대학의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교육부 차원의 행정 지원 필요 사항을 발굴해 지원한다.

교육부는 대학별 수업이 재개되는 상황에서 수업에 참여하려는 의사가 있는 의대생들의 피해 사례가 확산하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 조치를 마련한다.

집단행동 강요로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겐 '의대 학생 보호·신고센터'(☎ 010-2042-6093, ☎ 010-3632-6093, moemedi@korea.kr)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학생들이 의대 학사 운영을 조속히 정상화하고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부의 결단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학생들이 하루속히 학교로 돌아와 의대 교육·정책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함께 대화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국 대학교 의대 수업이 재개되는 가운데 한 대학교 의과대학 강의실이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지난주 개강이 예정돼 있던 의대 가운데 절반이 계획대로 개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학에 따르면 15일 개강이 예정돼 있던 의대 16개교 중 8개교만 예정대로 개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교육부는 15일 기점으로 16개교가 개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이들보다 먼저 개강한 16개교에 더해 지난주 총 32개 의대가 정상적으로 수업하게 된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었다. 전체 40개 의대 중 80%가 수업을 운영하게 되는 셈이었다.

그러나 실제 지난주 개강한 대학은 가톨릭대, 경상국립대, 계명대, 단국대(천안), 대구가톨릭대, 동아대,부산대,울산대 등 8개교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현재 수업을 운영 중인 대학은 24개교로, 전체 40개 의대의 60% 수준에 머물게 됐다.

당초 교육부에 15일 개강하겠다고 밝힌 가톨릭관동대는 22일로 개강을 일주일 미뤘다.

건국대 분교, 건양대, 성균관대, 원광대, 전남대, 조선대 등 6개교는 개강을 29일로 2주 연기했다.

연세대 분교는 15일이었던 개강을 연기했으나 아직 개강 시점을 다시 잡지 못한 상태다.

개강을 연기한 충청지역 의대 관계자는 "개강해봤자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 개강을 연기했다"며 "개별 대학이 학생들을 설득할 차원을 이미 넘어선 문제지만 일단 학생들이 좀 더 (마음을) 풀 때까지 시간을 줘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개강한 의대에서도 수업은 제대로 이뤄지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탓에 학생들이 얼마나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지 대학들은 파악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개강 연기는 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초 22일 개강이었던 5개 대학 중에선 고신대가 29일로 개강을 일주일 미룬 상태다.

강원대, 을지대, 차의과대는 예정대로 개강하고 아주대는 개강 시점을 비공개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2025학년도에 한해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신입생을 자율적으로 모집할 수 있게 해달라는 6개 국립대 총장의 건의를 수용한 배경에는 이 같은 의대 학사 파행에 대한 우려가 깊게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강했는데도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출석 일수 미달로 유급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의대 학칙상 수업일수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F 학점을 주고, 한 과목이라도 F 학점을 받으면 유급 처리된다.

교육계에선 각 의대가 고등교육법상 정해진 1년 수업시수(30주)를 원활히 확보하기 위해 개강을 연기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4월 말로 본다.

29일부터는 어떻게든 수업을 재개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가장 많이 본 뉴스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