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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선거의 해 ‘산불 징크스’, 각별한 주의로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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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하루 만에 횡성, 양양, 삼척 등서 6건 발생
동해안, 민심 선택의 해에 반복적으로 ‘홍역''
기후 재난으로 규정, 대응 전략 대전환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산불이 비상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산불방지대책본부와 도소방본부에 따르면 7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이날 하루에만 횡성, 양양, 삼척 등에서 총 6건의 산불이 잇따랐다. 대형 산불은 대부분 봄철에 집중됐다. 장기간 계속된 건조한 날씨에다 강한 편서풍 영향이 컸다. 특히 불이 나무의 잎과 가지 부분으로 옮겨붙는 수관화(樹冠火)로 변하며, 산림 상단부가 타들어 가면서 불똥이 날아가 새로운 산불을 만드는 비화(飛火)현상이 산불 확산을 부추겼다.

특히 공교롭게도 동해안은 민심의 선택이 있는 해에 늘 큰 산불로 홍역을 겪었다. 제15대 총선이 있었던 1996년 4월 고성에서 산불이 발생해 산림 3,762㏊가 소실되고 마을 주택 227채가 불에 타 주민 200여명이 집을 잃었다. 지방선거가 치러진 1998년에도 강릉과 동해에서 산불이 났다. 제16대 총선이 실시된 2000년 4월에는 고성, 삼척, 경북 울진까지 백두대간 2만3,913㏊가 초토화돼 축구장 면적(0.714㏊)의 3만3,491배에 달하는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2004년 총선 때는 속초 청대산과 강릉 옥계에서 산불이 났고, 2018년 지방선거 해에는 2월과 3월 삼척과 고성에서 불이 났다. 동해안 산불은 3~5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양강지풍’이 확산시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양양·강릉 사이에서 부는 바람을 뜻하는 양강지풍은 봄철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는 국지성 강풍이다. 역대 두 번째로 큰 피해를 낸 2022년 울진·삼척 산불, 2019년 고성·속초 산불, 2017년 삼척·강릉 산불 때도 이 강풍이 불길을 키우는 ‘화풍(火風)’이 됐다. 여기에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비까지 내리는 이상기후 와중에 동해안에 대형 산불이 났다. 불시의 천재지변이라 치면 막기 어렵다. 하지만 봄철 동해안 산불은 이제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어김없이 반복되고,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재난임을 익히 알고 있다. 따라서 산불을 상시 대비해야 하는 재난으로 인식하고 예방 대책과 조기 진화 시스템을 더욱 철저히 가다듬어야 한다.

인력과 장비 확충에도 힘써야 한다. 어느 순간에도 산불 앞에서 속수무책이어선 안 된다. 무엇보다 주민 의식 개선이 더없이 중요하다. 즉, 산불 신고 포상제를 도입, 주민 누구나 감시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산불 위험성을 지속 홍보하는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산불 전문 교육과 훈련으로 고령화된 주민진화대를 비상 보충하는 정책도 생각해볼 만하다. 산림청과 각 자치단체는 현장의 문제점과 어려움을 인지, 고도화된 산불 진화기술 개발과 장비 도입 등 대처 방안 마련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함은 당연하다. 신속한 초동 진화로 대형 산불을 방지하고 산림을 보호하는 일은 미래 자산을 가꾸는 일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 이상 미뤄서는 곤란하다. 이제 산불을 기후 재해로 규정해 대응 전략의 대전환을 추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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