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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강원도 비하’

“강원도 시골에서 서울 구경 온 선수들 같아요.” 1999년 3월13일 열린 올림픽대표팀과 청소년대표 팀의 축구경기 중 이를 중계하던 모 방송국의 신문선 해설위원이 수비수들의 미숙함을 지적하며 던진 비유다. 강원도 비하 발언이라는 항의가 빗발치며 반발이 거세지자 신씨는 “본인의 뜻과는 달리 강원도 정서상 오해를 충분히 살 수 있다고 판단돼 도민께 사과를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신씨에 대한 신뢰는 금이 갔고 도민들은 큰 상처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일 경기북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구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경기북부 재정에 대한 대책 없이 분도를 시행하면 강원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해 강원도 비하 논란이 일고 있다.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이 대표는 24일 “강원도처럼 접경지여서 개발이 어려운 지역이 될 수 있다는 표현으로 과도하게 한 것 같다. 제 본의가 아닌 것은 많은 분이 알아주실 것으로 믿고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정치인에게 ‘제2의 얼굴’은 말이다. 맹자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은 그 말에 대한 책임감이 없기 때문(人之易其言也 無責耳矣)”이라고 했다. 지도층의 실언은 ‘자리’만큼 국민의 충격도 클 수밖에 없다.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말을 내뱉는다면 지도자의 자격에 의문이 제기된다. 상처를 줘 놓고 그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사과한들 없던 일이 될 순 없다. 소신껏 말은 하되 듣는 국민의 입장부터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이유다. ▼듣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려는 정치인의 혀는 널름거릴수록 길이가 길어져 실수가 잦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지역 폄하 발언은 물론 경쟁후보를 비방하기 위한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도 쏟아지고 있다. 헤이트 스피치란 특정인의 국적, 인종, 성, 종교, 지역, 외모 등을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는 발언이다. 더는 지역 폄하나 국민 갈등·분열·대립을 조장하는 막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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