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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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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 서양의 격언 중 하나다. 그것은 인류의 삶 속에 수없이 반복된 패턴들로 증명된다. 인류사에서 목도된 비슷한 이유를 갖고 있는 전쟁 따위 등의 갈등 상황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는 ‘역사를 통해 미래를 배운다’고 하지만 이는 제한적이고 수사적인 표현일 뿐, 인간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과거의 교훈은 회피되고 짓뭉개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역사는 인간 어리석음의 기록’이라는 말이 그리 과장된 것은 아닐 듯싶다. ▼카를 마르크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역사의 반복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그것의 결과가 한 번은 비극으로, 그다음은 희극으로 끝난다고 했다. 반면 움베르토 에코는 에세이집 ‘미네르바 성냥갑’에서 때로는 상이한 형태의 비극들로 계속 반복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지 버나드 쇼는 “만일 역사가 반복되는데 이를 항상 예측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얼마나 경험으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존재인가”라고 했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 벌어진 국민방위군 사건. 1951년 1·4 후퇴 때 군 간부들이 예산을 착복해 우리 군인이 보급품을 지급받지 못해 굶어 죽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진상조사를 통해 군 간부 5명에 대한 사형이 언도됐는데 이상하게도 명령권의 정점에 있던 당시 국방장관 신성모는 주일대사로 자리를 옮긴다. 채상병 사건 그리고 외압 의혹 수사를 받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이 호주대사로 임명된 2024년의 상황이 소름 돋게 닮아 있다. ▼물론 완벽하게 똑같은 역사가 반복될 리 만무하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게 되는 결정적인 요인을 이루는 얼개는 수많은 맥락과 인과가 얽혀 구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양태로 판단되고 이미 과거에 결과가 있다면 충분히 반면교사의 예로 삼을 수 있다. 역사는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라는 책에서 얼마 전 타계한 이외수 소설가는 이렇게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을 비웃지 마라. 그는 지금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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