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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신(新)독재

21세기 장기 집권의 중요한 특징은 국민의 지지 아래 권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20세기 장기 집권자들은 반대파를 몰아내는 ‘피의 숙청’ 등으로 독재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날 장기 집권자들은 자신이 왜 계속 권력을 가져야 하는지 국민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2016년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7.2%를 달성했다. 세계 평균 성장률 2.6%를 크게 웃돈 수치다. 시 주석은 “2050년까지 세계 최강국이 되려면 강력한 1인 통치가 필수다”라고 주장한다. ▼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제외한다면 오늘날 장기 집권에 성공한 통치자들은 대개 확실한 경제 성과를 거뒀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민은 인터넷 덕분에 언제든지 다른 나라와 자국의 경제 성장을 비교할 수 있다. 세계 평균을 밑도는 경제 성과를 낸 지도자가 장기 집권에 성공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리고 독재자가 사라진 후 누구도 손을 댈 엄두를 내지 못하는 혼란에 빠진 아랍의 현실은 혁명이 능사가 아님을 일깨워줬다. ▼통치자들은 이 틈을 파고들어 자신을 국가의 안정을 지킬 ‘스트롱맨’으로 포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71)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강력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예상대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17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했다. 출구조사에서 87.8% 득표가 예상됐고, 실제 개표에서도 그런 추세가 확인됐다. ▼2000년 권좌에 오른 푸틴은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해 2030년까지 재임한다. 임기를 마치면 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29년 집권도 넘어선다. 3년 차로 들어선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화하고, 북·러 독재 연대도 견고해질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한반도 및 대한민국 안보 환경 역시 악화할 게 분명하다. 신냉전 구도 속에 국민 안전과 평화를 지켜낼 길은 굳건한 방위태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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