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원의 점선면]파도가 연주한 변주곡바위가 연출한 명장면그곳에 가면 행복海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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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 감상하며 끝없이 걷다보면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의 용굴 눈앞에

■삼척 초곡항을 아시나요

용굴촛대바위길(이하 촛대바위길) 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일단 삼척 초곡항을 찾아가야 한다. 초곡항의 오른편(육지에서 봤을 때), 그동안 도보로는 갈 수 없었던 기암괴석 가득한 그곳에 새롭게 만들어진 길이 바로 촛대바위길이기 때문이다. 일단 초곡항은 강릉 심곡항, 양양 남애항과 함께 강원도 3대 미항(美港) 중 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다. 고요하고 아늑하다는 뜻의 ‘고즈넉하다’라는 표현이 찰떡처럼 어울리는 장소다. 아마도 사전을 만들 때 이곳에 와서 그 단어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초곡항과 짝처럼 붙어 있는 문곡해수욕장의 풍광 또한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초곡항의 북적임은 분명 이전보다는 더 늘어나 보인다. 이제는 휴일이나 휴가철, 주차장에 차를 대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그 이유의 절반 이상은 촛대바위길이 생기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 때문일 게다. 아무튼 우리는 주차장 안에 운좋게 세이프. 차 문을 열자마자 짭쪼름하고 비릿한 바다 특유의 내음이 코안으로 훅 치고 들어온다. 고개 들어 바라본 항구의 하늘도 예술이다. 바다색이 그대로 묻어났는지 파랗기 정도를 잘못 조절했는지, 하늘색이 이보다 더 진할 수 없을 정도로 진파랑이다. 항구의 정취와 하얀 방파제, 그리고 그 끝의 하얀 등대, 여기에 하늘색을 드레싱(Dressing)처럼 얹어 놓은 풍경은 그림이 따로 없다.

■고요함과 아늑함 속 화려함의 시작

촛대바위길에 오른다. 그리 길지 않은 길이라 풍경들이 옹골지게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연달아 연출되는 자연의 퍼포먼스들이 쉴 틈 없이 다가온다. 길을 걷는 속도보다 빠르게 눈 속으로 빨려 들어온다. 쉴 틈도, 한눈팔 겨를도 없이. 서로 다른 분위기의 절경들은 조밀하게 하지만 조화롭게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길을 걷다 마주하게 되는 하늘 향하는 데크길이다. 그 끝이 철제펜스와 나무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데 오른쪽으로 굽은 길을 마저 돌면 그 실체와 조우하게 된다. 벌써 촛대바위? 그렇게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아니란다. 여기는 제1전망대. 바닷속에 깊이 뿌리 내리고 하늘 향해 서 있는 바위산이다. 바위산 머리 위까지 데크길이 나 있는 것이다. 그 허리춤에 넓은 나무데크 광장이 하나 있고 거기서 다시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전망대에 닿을 수 있다. 계단을 다 오른 다음, 뒤로 돌면, 이 코스 가장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동해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시속 100m... 절경이 주는 즐거움은 끝이 없다

입구에서 여기(전망대)까지 거리가 한 100m 정도는 될 듯한데 걸리는 시간은 1㎞ 걸을 때와 맞먹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발목을 잡으니 어쩔 수 없이 벌어지는 시간의 왜곡(?) 현상인 듯하다. 그렇게 시속 100m 걷기는 계속된다. 다시 촛대바위길 코스를 타기 위해 전망대에서 내려오는데 이쪽으로는 아예 진입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들은 이 코스의 마지막 용굴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마치 경주를 하는 것처럼. 오해하지 말자. 지금 우리는 걷기 중이다. 그리고 ‘유유자적(悠悠自適)’이 그 첫 덕목이다. 아무튼 여유 있고 또 한가롭게 데크길 위에 다시 오른다. 그 이후에도 예사롭지 않은 풍경들은 만화경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그래도 어디 하나 똑같은 풍경들이 없다. 두 번째 광장 포토존에서 인증샷 찰칵. 그리고 세 번째 광장에 도착. 그런데 그 앞으로 데크길은 사라지고 웬 다리 하나가 등장한다. 유명한 출렁다리다. 보기만 해도 울렁. 다리 위에 오른 사람들 사이에서 짧은 비명들이 새어 나온다. 이 다리..., 생각보다 길다. 무려 56m. 게다가 중간을 유리로 만들어 놓아 다리 아래로 바다의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왼쪽, 오른쪽 어디를 보든 내 맘속에 저장할 명장면들이 널려 있으니 무작정 앞만 보고 걷지 마시길. 출렁다리 중간에서 조우하는 풍경들도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운치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기암괴석의 향연, 마침내 용굴에 다다르다

촛대바위길의 끝자락을 향해 앞으로 전진. 길모퉁이를 채 돌지도 않았는데 앞바다 전시장에 세워진 바위 조각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마다 작품 이름 하나씩은 갖고 있다고 하니 기대감은 한껏 올라간다. 경보하듯 빠른 걸음으로 작품 앞(전망대 2)에 선다. 조금 전까지 시선의 한계 안에 갇혀 움츠려 있던 풍광들이 차르륵 펼쳐진다. 수많은 빗금들이 세월의 흔적처럼, 문신처럼 바위군(群)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신비감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중 이번 전시의 메인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촛대바위의 유니크한 자태는 특히 남다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동해 추암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바로 지척에 용굴이 자리해 있고 관련된 전설까지 전해지고 있어서 그런지 바위의 모양이 하늘을 향해 비상을 준비하는 용의 모습을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생긴 모양만 보면 참으로 기이하다고 할 수 있는데 뿜어지는 기운은 또 장엄하다. 그러면서 아름답다. 파도와 바람 소리가 배경음으로 버무려지니 더 그렇다. 촛대바위를 관찰하던 시선을 살짝 오른쪽으로 돌리면 넓적한 바위벽이 등장하는데 이를 거북바위라고 부른다. 그런데 좀처럼 거북이 모양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언뜻 블룩 튀어나온 정상 부분을 거북이 등 부분으로 착각하고 부지런히 머리나 꼬리를 찾는 이들도 있는데 이 바위벽의 왼쪽 끝부분에 시선을 고정하면 정상을 향해 오르는 아기(?) 거북이의 모습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이 너른 바위벽은 용굴 쪽에서 보면 뾰족한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어 피라미드 바위라고도 부른다. 촛대바위 앞에서 출발해 다시 바위 등줄기를 타면 코스의 마지막 지점이자 반환점, 용굴에 도착한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이곳은 이 길이 생기기 전까지는 날씨가 허락하고 배를 타야만 볼 수 있는 절경 중의 절경이었다고 하는데 굴 안은 천장이 뚫려 있어 빛이 들어온다고 한다. 마지막 전망대(전망대 3)에서 용굴을 바라본다. 바위굴 안으로 들이치는 강렬한 파도의 변주(變奏)가 가히 압도적이다.

오석기기자 / 편집=홍예정기자

동해 바다 인근에 조성된 아름다운 경관 길들은 2015년 이후에 조성된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전국 이곳저곳을 돌며 트레킹 깨나 했다는 고수들도 이 새로운 길들의 실체를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삼척 초곡에 있는 용굴촛대바위길이 그런 경우다. 2019년 7월에 개장한 이 길은 입소문을 타고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핫 플레이스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장소다. 채 1㎞(660m)가 안 되는 코스 길이 때문에 살짝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부담 없이 가볍게 걸으면서 굽이굽이 옹골차게 들어찬 볼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 볼 만한 길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히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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