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바람과 선거’

우리나라는 계절마다 바람의 이름이 있다. 봄에 부는 바람을 새로 부는 바람이라고 해 ‘샛바람’이라고 부른다. 여름에는 남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남해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이게 마주 부는 바람인 ‘마파람’이다. 가을에는 서풍으로 바뀌는데 이를 ‘하늬바람’이라고 부른다. 하늬는 뱃사람들 용어로 서쪽이라는 뜻이다. 가을에 부는 바람을 줄여 ‘갈바람’이라고 하기도 한다. 겨울에는 북쪽에서 바람이 부는데 이른바 ‘뒤바람’으로 한자어로 삭풍이다. 우리말에 바람의 느낌은 대개 부정적이다. ‘바람피우다, 바람 들다, 바람 잡다, 바람 넣다’ 등에서처럼 바람의 인식은 좋지 않다. ▼정치인들이 위기를 맞거나 중요한 길목에 설 때 바람을 자주 인용한다. 2003년 당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꽃잎이 진다고 해서 바람을 탓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송금 사건’으로 구속돼 구치소 수감 전 기자들 앞에서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란 조지훈의 시 ‘낙화’(花)의 첫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특사 역할을 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안철수 의원은 2013년 4월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자신을 향한 타 후보들의 공세가 거세지자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바람은 형체가 없다. 언제 어디서 불지, 어느 쪽을 향할지, 얼마나 셀지 가늠하기 어렵다. 때론 태풍과 폭풍의 형태로 모든 것을 집어삼키다가도 부드러운 훈풍으로 바뀌어 추위를 녹여준다. 바람의 변화무쌍한 특성 때문이다. ▼4·10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본선 대진표가 거의 마무리됐다. 강원지역 본선 대진표도 확정됐다.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 8명 전원이 본선에 진출한 가운데 여야의 의석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저마다 지역과 나라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지겠다고 한다.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어떤 바람을 몰고 올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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