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펫밀리]9명 소중한 생명 구한 영웅견의 '견생 2막' 응원해주세요

소방구조견 입양한 송용암(58), 이혜연(55)씨 부부

인류의 오랜 친구인 개. 뛰어난 후각과 청각, 그리고 높은 충성심으로 낯선 이로부터 집을 지키거나 사냥을 돕고, 양을 비롯한 다른 가축을 모는 등 긴 시간 동안 여러모로 사람을 도와왔다. 오늘날에도 소방, 경찰 등 많은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20여 년의 견생 중 가장 빛나는 시기를 사람을 돕는데 헌신한 구조견들의 노후는 마땅히 수고한 만큼의 보답을 받아야 할 것이다.

강원도 고성에는 유유자적 은퇴 라이프를 보내는 구조견이 있다. 그 주인공은 아롱이. 10살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으로 경기도 북부특수대응단에서 6년간 소방구조견으로 활동하며 312번 출동, 9명의 생명을 구한 아롱이는 올해 1월19일부로 은퇴, 현재 송용암(58)씨, 이혜연(55)씨 부부와 함께 제2의 견생을 보내고 있다.

화창한 날씨와 함께 찾은 고성. 아롱이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검은색 강아지가 한 마리 있었다. “이 친구는 배추입니다. 19개월 된 삽살개 믹스견이고 유기되어 있어서 입양했습니다”고 부부가 소개했다.

부부와 아롱이의 본격적인 인연은 작년 12월부터 시작됐다. 대구의 핸들러가 부부에게 은퇴를 앞둔 구조견이 있으니 입양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연락이 온 것. 그래서 서류를 작성해서 보냈고 현장 답사를 거쳐서 데려온 구조견이 바로 아롱이였다.

인명구조견을 입양한 이유에 대해 묻자 부부는 “가평에서 지낼 때 케빈이라는 인명구조견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케빈과 같이 지내고 놀면서 인명구조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 친구들이 사람을 위해 활약해 준 만큼 저희도 은퇴한 인명구조견들의 노후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고 답했다. 인명구조견을 입양하기 위해 부부는 실제로 인명구조견에 대해 공부를 하고 2022년에는 남편 송용암씨의 고향인 고성으로 내려가 본격적으로 인명구조견들이 지낼 만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현장 답사를 위해 아롱이가 온 순간을 부부는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아롱이가 저희 집에 도착했는데 저희와 기존부터 같이 살고 있었던 강아지 배추가 아롱이를 보자마자 달려와서 같이 놀자고 했습니다. 내성적인 배추가 다른 친구들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롱이를 입양하기로 선택한 것을 정말로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고 부부가 말했다.

고성으로 내려온 아롱이는 현재 동네의 인기스타다. 부부가 아롱이를 데리고 나가면 동네 사람들이 아롱이를 알아보고 예뻐해 주고 심지어 속초에 볼 일이 있어 같이 데리고 나간 적이 있었는데도 아롱이를 알아본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고 했다. 거기에 인명구조견 조끼를 입고 나가면 금상첨화, 인기폭발이라고.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 갑자기 아롱이가 배추와 함께 다가왔다. 그리고 바로 옆에 앉아서 인터뷰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사람을 워낙에 좋아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 와도 경계하기보다는 먼저 우호적으로 다가 간다”고 설명했다.

아롱이가 왼쪽 뒷다리를 핥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예전에 출동했을 때 산에서 유리조각을 밟는 바람에 큰 수술을 했는데 그 후에도 후유증이 남아 가끔씩 다친 부분을 핥는다고. 사람 나이로는 60대 중후반인 노견인데다 6년 동안 312번 출동하며 체력을 많이 쓴 바람에 다리 관절도 안 좋은 상태라고 했다.

부부는 인명구조견이 사람들을 위해 활동한 만큼, 사람 역시 인명구조견에게 편안한 노후를 누리게 해주는 것, 그리고 아픈 부분을 치유해주는 것이 그들을 향한 최소한의 예우라고 했다. “삶의 가장 빛나는 시기를 사람을 위해 헌신한 인명구조견들이 은퇴 후 그 동안의 활동으로 인해 다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올해 10살. 사람의 나이로는 60대 중후반에 달한 아롱이가 앞으로 편안하고 오랫동안 저희와 살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보살피고 싶다”고 부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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