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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과일 값도 외식비도 ‘천정부지’, 끝없는 물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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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2월 강원특별자치도 내 과실 물가 상승률은 35.9%로 도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1%)보다 32.8%포인트 높았다. 2002년 2월 33.7%포인트의 격차가 발생한 이후 22년 만에 가장 컸다. 과일 가격 인상의 제일 큰 요인으로 이상 기온에 따른 수확량 급감이 꼽힌다. 2023년 10월 사과 물가 상승률은 70.2%로 1993년 3월(67.3%) 이후 최고치였다. 알이 굵다 싶으면 개당 5,000원짜리로 이제 ‘금(金)사과’인 셈이다. 우리나라 사과 가격이 현재 전 세계 1위라고 한다. 그럼에도 가격 안정세는 요원한 분위기다. 올 7월 나오게 될 햇사과마저 작황이 부진하다면 적어도 올 추석 전까지는 사과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사과 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대체재인 다른 과일 가격마저 오르며 각종 기록을 쏟아내고 있다. 배(65.8%), 복숭아(43.3%), 감(46.4%), 귤(68.8%) 등의 가격도 덩달아 고공행진 중이다. 다른 품목에 비해 과실 물가 부담이 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들 과일 역시 가격이 내려가기는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종합포털을 살펴보면 1년 전과 비교해 도내 외식 가격 상승세도 뚜렷했다. 조사 대상 메뉴 8개 품목 중 8개 가격이 지난해 2월보다 비싸졌다. 평균 인상률은 4.2%에 달한다. 주춤하던 물가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3%대에 재진입했다. 과일 값 강세가 지속되고 유가 하락 폭이 줄어든 영향 때문이다.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통계상 3.1%지만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지수는 3.7%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3.8%나 됐다.

물가의 압도적 상승에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을 보거나 밖에서 음식을 사 먹는 일이 두려워질 만큼 물가 압박이 크다. 게다가 4월 총선을 의식해 유류세 인하 연장과 전기·가스요금 억제 등을 통해 미뤄둔 물가 인상 요인들이 잠재돼 있어 갈수록 물가 부담은 심해질 수 있다. 총선 이후 물가가 더 걱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 1월 2%대로 둔화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3%대로 되돌아왔다. 물가와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끈적하게 이어지는 고물가가 서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민간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반등의 불씨마저 꺼뜨릴까 우려스럽다. 따라서 미봉책이 아닌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안정적 물가야말로 최고의 민생 대책이다. 정부는 2%를 목표로 물가 잡기에 총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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