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3·8 국제 여성의 날 특집 인터뷰] (하) 권남희 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이사장

냉소를 넘어서는 연대…‘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3·8 국제 여성의 날 특집 인터뷰 (하) 권남희 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이사장

◇권남희 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이사장

올해로 17년째 도내 성매매 피해 여성의 탈성매매와 자립을 돕고 있는 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이하 공동체). 권남희 이사장은 이곳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지원하고 있다.

“탈성매매를 원하는 여성, 업주와의 법적 분쟁 해결을 원하는 여성 등 다양한 내담자가 공동체를 찾아요. 상담, 법률‧의료 지원을 통해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저희의 역할이죠. ”

지난해 공동체에 접수된 2,275건의 상담. 성매매 여성들을 향한 착취의 고리는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업주가 감금‧폭력 등 물리적 방법으로 여성들을 착취했다면 요즘 업주들은 선불금이라는 부채를 만들어 수백만원에 이르는 의상 비용, 화장‧머리 등의 비용을 청구하죠. 높은 이자 때문에 상환은 커녕 계속 일을 해도 빚이 늘어나는 구조에서 개인의 힘으로 탈성매매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요.”

◇지난 2022년 성매매처벌법 개정촉구 기자회견에 나선 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성매매 여성은 피해자인가? 여전히 냉소적인 사회의 시선에 권 이사장은 담담히 입을 뗐다.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은 그들의 ‘자발성’을 의심하는 데부터 시작돼요. ‘몸 파는 일 선택한 건 너잖아’ 라는 윤리적 비난 속에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은 성병 감염, 감금, 폭행, 살해 등의 위협을 혼자 감당해야 하죠. ”

지난해 공동체를 찾은 성매매 피해 여성 중 20세 미만의 비율은 32.9%에 달했다. 낮아지는 피해자 연령에 공동체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성매매 피해 여성 중 다수는 유년기부터 빈곤·가출·가정폭력에 노출돼 있던 경우가 많은데, 그들의 결핍을 이용해 교묘한 착취가 시작돼요. 아웃리치(거리상담)의 범위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대해가며 공동체의 문턱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지난해 원주 성매매 집결지 희매촌 정비사업에 참여한 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올해 공동체는 구조지원 예산의 절반이 삭감됐다. 날로 척박해지는 환경에도 권 이사장과 8명의 직원들은 사명을 놓지 않는다.

“구조지원 예산은 피해자 법률‧의료 지원 및 긴급보호에 필수적인 예산인데 당장 피해자 보호에 차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커요. 높은 업무 강도와 적은 임금에도 사명감 하나로 견디는 직원들에게 늘 빚지는 마음인데, 빚이 더 늘어나게 생겼어요.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죠. 탈성매매를 원하는 여성이 단 한 명이라도 남아있는 한 공동체의 불은 꺼지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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