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어떤 경우라도 응급실·수술실 멈춰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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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5개 대학병원 전공의 무더기 사직서
증원 반대 의사들 집단행동, 국민 건강권 위협
정부·의료계 한 발씩 양보 절충점 찾아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무더기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이 확산되면서 ‘의료 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내 5개 대학병원의 주요 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전공의들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병원마다 진료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라도 수술실과 응급실이 멈춰서는 안 된다. 전국적으로 외래 진료는 물론이고 말기 암 환자마저 수술이 취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환자들이 볼모로 잡혀 불법적인 집단행동의 수단으로 동원된 셈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단체행동의 파괴력이 여느 집단과는 다르다. 의사들은 지금 같은 의료 현실에서 국민 고통이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의사 확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대한민국 의료계는 지금 심각한 중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방은 지방대로, 서울은 서울대로 난처한 상황이다. 의사가 없어 응급실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운영 자체를 할 수 없는 병원이 도처에 널려 있다. 지방 의료원들은 연봉 수억원을 제시해도 의사를 구하기 힘들고 서울에는 문을 닫는 소아청소년과나 산부인과 병원이 잇따르고 있으며 대학병원들조차 마취과 의사가 모자라 수술을 제때 못 하고 있다.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환자가 숨을 거두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의 근본 원인도 의사 부족에서 비롯됐다. 이번에 정부가 의지를 갖고 고쳐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이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2021년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보다 크게 적다. 이러니 국민 10명 중 8명이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여론조사가 나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도 지난해 11월 필수·지역의료 확충을 위해 의대 정원을 최소 10년 동안 1년에 1,000명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모두 한 발씩 양보, 대승적 차원에서 절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의 입장에서 의료계와 머리를 맞대고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치밀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필수·지방의료 붕괴 문제가 의사 증원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비대면 진료도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선진국은 이미 비대면 진료가 병원 운영의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비대면 진료는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의사들의 반대로 제한적인 시범 사업만 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열악한 의료 환경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진정성 있게 의료계에 전달하고 의대 증원을 이뤄 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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