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의대생 집단 휴학, 사회적 책무 저버리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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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의대 4학년생 1년간 집단 휴학 결의
전국 35개 의대생 20일 동반 휴학계 제출키로
환자 볼모 집단 이기주의 비판만 자초할 뿐

한림대 의대 4학년생들이 지난 15일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발하며 1년간 집단 휴학을 하기로 결의했다. 한림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이날 의료정책대응TF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은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전국 의대생들 중 최초의 집단행동이다. 인턴과 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20일 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전공의 단체 회장직도 내려놓는다. 대전성모병원 인턴에 이어 두 번째 전공의 사직이다. 압도적인 여론에 밀려 집단행동을 유보한 전공의들이 개별 사직하는 신호탄이 될까 걱정스럽다. 전공의나 의대생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의료 현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클수밖에 없다. 특히 전공의들은 대형 병원에서 응급 당직의 핵심을 맡는 만큼 이들이 집단적으로 의료 현장을 떠난다면 그 공백이 커지면서 환자 불편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2020년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 집단행동 때도 의료 현장이 매우 큰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 강원지역의 의료 현실은 어떤가. 지방소멸의 가속화와 함께 의료 인프라가 붕괴된 암울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도내 대학병원은 2년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과목도 미달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필수 의료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도내 대학병원 공공의료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및 전공의 교육 시스템 개선 등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역 병원은 수억원대 고액 연봉을 내걸어도 의사를 영입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응급실을 전전하다 환자가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의사 부족으로 무너진 필수·지역 의료 현장을 하루빨리 정상화하는 것이 지역의 최대 과제인 상황에서 의대생들의 인식과 행동은 무척 부적절하고 안타깝다.

이미 전국 7개 병원의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냈다. 한림대 의대생뿐만 아니라 전국 35개 의대생들도 20일 동반 휴학계를 제출하기로 했다. 의료 인력은 매년 공급되어야 하는데 단체행동을 통해 일정 기간 공급을 마비시키는 방식으로 정책 철회를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지역의료체계는 붕괴됐고 10년 후엔 의사 1만5,000명이 모자란 게 현주소다. “힘들게 공부해서 의대 왔는데, 향후 기대 수익이 떨어질 것 같다”는 이기주의가 큰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2,000명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수술을 앞둔 환자가 있는 보호자들은 의료 대란 우려에 떨고 있다. 환자를 볼모로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의대생들이 이제라도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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