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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불혹<不惑>의 망나니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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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언론인·수필가

동저고리 바람의 망나니가 머리를 풀어 헤치고 큰 칼을 휘두르며 칼춤을 춘다. 포박해 꿇어앉힌 죄수는 참수(斬首)를 앞두고 정신이 나갔다. 망나니는 칼춤을 멈추고 항아리에서 막걸리 한 바가지를 떠서 한 모금 물고 냅다 칼날에 뿜는다. 망나니가 치르는 마지막 의식이다.

조선시대의 참수 장면을 상상해보면 이 땅의 북쪽에도 3대 세습에 취해 시대를 역행하며 2,000만 동포의 불행을 즐기는 돌연변이 독재자가 있다. 불혹의 나이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자신을 닮은 철부지 어린 딸을 데리고 군부대를 시찰하며 병정놀이를 하는 모습에 세계가 비웃는 것을 알고 있을 터이다. 언젠가는 자신을 해코지할 것 같은 철딱서니 없는 고약한 망상에 젖어 가까이 있는 고모부에게 고사총을 난사해 불태워 죽였다. 일생을 보헤미안이 되어 낯선 나라에서 외롭게 떠도는 큰형을 찾아 죽인 패륜 행위에 세상 사람들이 몸서리를 쳤다. 꽃놀이 딱총 쏘듯 시도 때도 없이 미사일을 쏘아 올리는 만행은 유엔 안보리의 경고와 한미일 동맹의 경고에도 독아(毒牙)를 드러내며 독설로 일관했다.

그는 며칠 전 인민군 창군 76주년 기념사에서 한국을 “제1의 주적(主敵)”으로 지칭하면서 동족임을 완강히 부인했다. “무력이 발생하면 역사를 갈아 치우겠다”면서 대한민국을 ‘한국괴뢰족속’이라고 불렀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대한민국을 ‘남조선 괴뢰’로 불렀다. 소위 국방위원장으로 북한을 헤집으면서 지난해부터 느닷없이 ‘대한민국’으로 정식 국호를 부르면서 ‘제1의 적국’이라고 동족으로서 ‘우리는 하나’를 거침없이 버렸다. 한 조상의 핏줄이라는 한겨레인 것을 부인했다. 그는 한민족이기를 팽개쳤다.

왜 그러는 건가. 백마 탄 수령님, 100㎏을 훨씬 넘겨 고도비만인 그를 싣고 달리는 애마는 힘겨워하고 사치를 즐기는 그는 인민의 굶주림을 알기나 하는가. 최고급의 검은 가죽 코트를 곤룡포처럼 걸친 모습이 역겹다. 그는 북한의 어머니날에 등장해 어린양처럼 순한 모습으로 어머니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그의 겉과 속마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 본심을 감춘 ‘악어의 눈물’인 것을...

우리 민족의, 우리 5,000만 국민의 패륜아 그는 왜 우리가 (남·북한) 한겨레임을 거부하는 돌연변이의 한 개체로 성장했을까. 너무 낯선 그의 모습은 이목구비가 동족임에 틀림없다. 대를 이어 정권을 입맛에 맞게 쥐락펴락하면서 인민을 세뇌시키고 ‘세계에 없는 지상낙원’에 살고 있음을 믿게 만들고 있다. 그는 핵(核)무기만 끌어안고 있으면 원하는 모든 것을 손아귀에 넣을 것으로 착각에 빠져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거부하고 탈퇴한 그들은 이미 은밀히 핵무기 제조를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시험 발사하고 있는 단·중·장거리 미사일은 핵폭탄 운반 수단으로 한국, 미국 본토 어느 곳이나 타깃이다. 그는 핵강국이 됐다는 착각의 망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내부 결속의 기만책으로 가여운 북쪽 동포를 현혹하고 있다. 남한 영화를 감상했다고, TV 드라마를 봤다고 어린 학생을 붙잡아 중벌을 가하는 집단이 그게 나라냐. 조선노동당 중앙청사 3층 서기실의 그는 평양을 영화의 세트장처럼 치장해 가면서 북한 인민을 언제쯤 ‘쌀밥에 고깃국’을 먹을 수 있게 할 것인가.

2024년 새해를 맞으면서 당신 할아버지의 약속을 되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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