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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경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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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鏡浦湖)는 강릉시 저동에 위치한 석호로 시가지로부터 북동쪽 6㎞ 지점에 있으며, 면적은 1.064㎢, 둘레는 5.21㎞, 준설 후의 평균 수심은 약 0.96m다. 호수 물이 거울과 같이 맑다고 하여 경호(鏡湖)라고도 불린다. 강릉지역뿐 아니라 국민적 사랑과 동경을 받아 온 명승지다.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와 함께 선사시대 문화유적을 비롯해 화랑의 설화가 전해지는 곳이고 역대 명사의 숨결과 발자취가 담겨 있는 장소다. 게다가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경포호에 비친 달은 빼어나게 아름답다. ▼최근 경포호의 명칭을 경호로 바꾸자는 의견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기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경포호는 고문헌과 1990년대 지형도까지 경호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2000년대 지형도부터 경포호로 바뀌었다”며 이 같이 제안했다. 그는 명칭상 포는 바닷가의 포구를 지칭하고, 호는 민물이 담긴 호수를 의미해 포와 호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함께 붙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고 했다. 예전에는 경포가 있었으나 지금은 호수 형태이므로 다른 석호와 마찬가지로 호로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강릉문화원이 2008년 12월 발행한 ‘강릉고을 땅이름 유래’에서 저자인 김기설 강릉민속문화연구소장은 경포호의 다른 이름으로 군자호(君子湖), 어진개, 경호가 있다고 밝혔다. 호수의 물이 사람의 어깨에 차지 않아 물에 빠져도 상하지 않는다고 해 군자와 같은 덕이 있어 군자호, 어진개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어진개의 ‘개’는 ‘강이나 내에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이라고 국어대사전에 실려 있다. ▼홍인문과 숭례문은 각각 동대문과 남대문으로도 불리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영산인 금강산은 금강산, 봉래산, 풍악산, 개골산 등 무려 이름이 4개나 된다. 사람도 본 이름보다 별명이 더 통용되는 경우가 있다. 수백년에 걸쳐 지역민과 국민들에게 ‘핫 플레이스’로 자리 잡고 있는 명승지의 이름을 꼭 옛 문헌에만 의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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