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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귀명창과 살리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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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감상하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을 ‘귀명창’이라고 한다. 귀가 명창이라는 뜻으로, 판소리를 할 줄 몰라도 듣고 감상하는 수준이 판소리 명창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 “귀명창 있는 곳에 명창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귀명창은 판소리 발전을 위한 중요한 조력자다. 어쩌면 조력자를 넘어 상호 보완적인 존재가 아닐까.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에서 살리에르는 신에 가까운 재능의 소유자 모차르트를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좌절한다. 하지만 살리에르는 노력파 음악인으로 그의 진짜 실력은 천재를 알아보는 능력에 있다. ▼귀명창과 살리에르의 공통점이 있다면 ‘들을 줄 아는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명창을 못 해도, 곡을 만드는 천재적인 능력이 떨어져도 소리를 듣고 그 가치를 아는 것 또한 탁월한 능력임에는 분명하다. ‘총명(聰明)’한 사람들이다. 총명의 한자 풀이는 ‘귀가 밝고, 사리에 밝다’이다. 즉, 잘 듣는 것이 똑똑하다는 의미다. ▼귀에 발린 꿀 같은 소리는 달달하지만, 단맛에 취해 눈이 가려진다. SNS를 통해 의견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요즘 시대는 귀보다는 입이 먼저 열리고, 그 속에서 꽁꽁 숨겨놓은 배설물을 토해내듯 한다. 듣기보다 말하는 것이 익숙하다.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잘 듣고 말을 적게 하라는 의미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과 예비 정치인들은 이번 설 명절 연휴 기간 밥상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어떻게 들었을까. 국민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였을까. 그저 자신의 입맛대로, 자기가 원하는 대답만 듣고자 하진 않았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 잘하는 정치인보다 귀명창 정치인이다. 유권자가 내는 소리에 부디 귀를 기울여 달라. 그러면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잘 듣는 것이 힘들다면 ‘귀동냥’이라도 하라. 다른 이들이 하는 말을 얻어들어도 현 세태의 흐름이 보다 선명해 지리라. 4·10 총선에서는 부디 잘 듣고자 하는 이들이 선택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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