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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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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설이 되면 우리는 막히는 길을 마다하지 않고 선물을 들고 고향을 찾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설날을 맞이하지만 예년과는 다른 모습이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데다 대량의 물품을 소비하기 힘든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명절을 지내는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선물은 포장을 뜯는 재미라는 말이 있다. 선물만큼 사람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도 없다는 의미다. 올해 설 선물은 부담이 덜한 ‘가성비 제품’이 단연 인기다. 3만원 미만의 선물세트가 쏟아지고 9,900원, 4,900원짜리 초저가 세트도 등장했다. 좋은 선물의 가치는 값에 있지 않다. 정성이다.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 하나가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데워 준다. 불황에 설 선물 보따리는 가벼워졌어도 가족·친지들이 모여 앉으면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왁자한 웃음꽃이 피기 마련이다. 살아 내기가 버거운 세상 살가운 가족의 정을 느끼는 것보다 더한 푸근함이 있을까.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김종길 ‘설날 아침에’)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79년간 724명의 삶을 추적 연구한 결과 삶을 가장 윤택하게 하는 것은 좋은 인간관계이고,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외로움이라고 했다. 가족과 친구, 공동체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좀 더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게 된다는 얘기다.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도 거창한 선물이 아니다. 값비싼 선물보다 고향에서 정을 나누는 것이 더없이 소중하고 대단한 선물이다. 이런 선물은 자주 할수록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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