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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당쟁(黨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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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인과 서인,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 시파와 벽파, 청남과 탁남, 대북과 소북... 모두 조선시대 중기 사대부(양반 계급) 내부에서 형성된 다양한 정치적 집단이다. 이들 간의 권력 투쟁인 ‘당쟁(黨爭)’에서 이긴 쪽은 왕의 신임을 얻고, 요직을 차지하며, 정책 결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 과정에서 가문, 학파, 지역적 출신 등에 기반한 사회적 계층화와 지역주의가 만연했고, 권력을 잡은 당파는 다른 당파를 숙청하는 일도 흔했다. 결과적으로 국정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저해하는 시기를 겪게 했다.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은 흡사 조선시대의 당쟁을 떠오르게 할 정도다. 한 정당에서 활동하던 중 무리를 지어 탈당하며 신당을 창당하는 모습은 총선 때마다 반복됐다. 같은 생각으로 시작했음에도 어느덧 자신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새 당을 만드는 일은 한국 정치의 당연한 문화가 돼버렸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을 2개월여 앞둔 최근에도 여지없이 창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원내 정당인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개혁신당 이외에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원외 정당도 새로운선택, 우리공화당 등 40여 개가 넘는다. ▼당쟁이 무조건 안 좋게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 다른 이념과 정치적 견해를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겨루면 된다. 그렇게 되면 정치적 논쟁 또한 개인적 공격이나 비방이 아닌, 정책과 이념에 기반한 건설적 토론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다. 또 모든 정치적인 과정과 결정이 투명해지면, 권력의 이동 또한 평화롭게 법적 기반 내에서 자연스럽게 된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지금 사목(司牧)하는 사람들은 이익을 쫓는 데만 급하고 어떻게 목민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아래 백성들은 곤궁하고 병들어 줄을 지어 죽는 것이 개천을 채워도, 사목이 된 사람들은 고운 옷과 맛있는 음식으로 살찌우고 있으니 어떻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목민심서 서문에 밝혔다. 다산 선생이 지금의 우리 정치 상황을 보면 무슨 말을 해 주실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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