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 안보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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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현 사회체육부 기자

◇윤종현 사회체육부 기자.

또 시작됐구나 싶었다. 얼마 전 북한이 서해 최북단에서 해안포 훈련을 가장한 도발을 펼쳤다는 소식을 접하고 문득 스친 생각이다. 한반도에 태어난 순간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이러한 뉴스는 갑진년 새해에도 어김없었다. 더 놀라운 점은 우리의 의연한 태도였다. 완충구역에 속하는 백령도·연평도 앞 바다에 200여발에 달하는 북의 포탄이 떨어지면서 합동참모본부가 도발로 규정했음에도 주위에서는 뜨뜻미지근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정전 중인 작금의 현실을 잊고 이를 별일 아닌 지겨운 반복의 굴레로 치부했던 나날이 부끄럽게 다가왔다.

사뭇 다른 위기감을 느꼈을 곳은 멀지 않은 지척에 있다. 북한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접경지역이다. 불과 두 달여전으로 돌아가보자. 지난해 11월 말 우리 군당국은 북한군이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에 감시소를 만들고 무반동총으로 추정되는 중화기를 배치하는 장면 등을 감시장비로 포착했다. 지난 정권이 2018년 9·19 군사합의로 평화 무드를 이끌어낸지 5년 만에 DMZ를 중심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강원의 접경지역은 곧장 얼어붙었다.

가장 먼저 생계 걱정이 앞섰을 테다. 철원에서 매일같이 민통선은 넘어 농사일을 하고 있는 한 농부는 “그저 도발 걱정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길 바랄 뿐”이라며 푸념했다. 인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뉴스가 흘러나온 그날 저녁 손님이 60% 넘게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통일을 바라며 북녘 고향땅을 그리워했다던 일부 노인들조차 혹시 모를 두려움을 내비쳤다는 이야기를 취재 중 접했을 때 오묘한 감정이 휘몰아쳤다. 안일했던 그동안의 안보의식이 떠올라서였을까.

뻔한 ‘정치쇼’도 곧장 뒤를 이었다. 여당은 논평을 통해 전 정권의 대북 정책을 ‘가짜 평화’라며 내리깔았다. 가짜 평화 쇼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사례라며 상대방 할퀴기에 여념없었다. 야당이라고 다를까. 더불어민주당 역시 논평을 내고 강경한 현 정권의 대북 정책의 폐기 필요성을 설파했다. 국민의 놀란 가슴을 보듬기는 커녕 적들이 보고 있는 마당에 또다른 집안싸움이 벌어진 꼴이었다. 정권이 바뀔때마다 북한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가 왜 손바닥 뒤집듯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든 문제를 정치권의 ‘탓’으로 돌리자는 말이 아니다. 스스로를 꼬집고 싶었을 뿐이다. 그리고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이 글을 접한 정치권도 약간은 따끔하길 바란다.

요새 아침 출근길마다 격한 인사 세례를 받고 있다. 4·10총선 예비후보자들이다. 곧 이들 중 누군가는 민생을 대변할 국회의원으로 뽑혀 각종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게 된다. 경제도, 문화도, 정치도 모두 중요하다. 다만 올바른 안보의식 형성과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한 국방 분야에서 만큼은 부디 합치가 이뤄지길 바란다. 정쟁에 휘둘리지 않고 국민들이 믿고 안심할 수 있는, 그런 든든한 국방말이다. 틈만 나면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탓에 북한에 대한 안보의식이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공감한다. 그럼에도 끝나지 않은 대립관계에 놓여있는 한반도의 현실을 직시하고 위기감만은 탑재하는 우리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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