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청봉] 청정메탄올 생산거점도시로 비상하는 태백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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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희 태백주재 부국장

태백시는 대한민국 최대 광산도시다.

1981년 7월 1일 삼척군 장성읍과 황지읍을 합해 개청했다.

한때 640만 톤의 석탄을 생산해 전국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면서 국가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태백지역 광산은 1989년부터 시작된 석탄산업 합리화사업으로 인해 50여 곳 대부분이 문을 닫고 현재는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장성광업소는 대한민국 탄광의 자존심이었다.

1959년 100만 톤, 1966년에는 200만 톤 생산을 돌파했다.

1979년 사상 최대 실적인 228만 톤을 생산했으며 당시 광산 근로자도 5,617명이나 됐다.

태백시 개청의 원동력으로 지역경제를 지탱해 왔던 장성광업소 역시 올 6월 말 폐광이 예정돼 있어 지역소멸 위기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강원도가 실시한 ‘탄광지역 폐광대응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장성광업소 폐광시 피해 규모는 3조3,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태백 지역내 총생산(GRDP)의 13.6%다.

또 태백시 에서 876명(장성동 722명)의 대량실업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성광업소 폐광으로 시작되는 불황의 늪이 태백시 전체를 잠식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에 태백시는 장성광업소 폐광 부지 132만㎡에 청정메탄올 제조시설과 친환경 자재시설, 핵심 광물 산업단지, 근로자 주택단지 등을 건립하는 경제진흥전략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태백시 조기 폐광 대비 경제진흥전략사업이 정부로부터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으로 선정돼 이들 사업의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태백시는 청정메탄올 생산거점 도시로서의 발판 마련을 위해 지난해 10월 11일에는 전국 13개 기관 및 기업과 다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에 따라 강원도와 태백시는 사업부지 제공, 투자유치 보조금 제공, 각종 인·허가를 지원하고 민간기업은 시설 구축·운영과 시장 확보에 나서게 된다.

청정메탄올 제조시설은 장성광업소 10만㎡ 폐광부지에 2,556억원을 들여 조성된다.

실제 생산은 2027년부터 연 2만2,000톤 시범사업으로 시작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에서 청정메탄올 50만톤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청정메탄올이란 바이오매스, 바이오에너지, 재생에너지, 청정수소 등을 활용해 만드는 연료다.

탄소 배출량이 거의 없어 저탄소 연료로 인정받고 있다.

정부가 청정메탄올 생산에 나선 배경에는 강화된 글로벌 환경규제가 있다.

선박 연료로 주로 쓰는 중유나 LNG는 온실가스 배출이 큰 문제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 7월 ‘2023 온실가스 감축전략’을 채택하고 2050년에 국제 해운 부문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때문에 친환경 에너지 대체를 서두르지 않으면 우리나라 조선, 해운업의 타격이 예상된다.

세계 해운업계는 차세대 친환경 연료로 수소와 암모니아를 주목해 왔다.

그러나 수소는 액화 운송을 하려면 영하 250도까지 낮춰야 해 비용이 많이 들고, 암모니아는 유독물질이라 안전성이 문제다.

이에 반해 청정메탄올은 상온에서도 액체 상태라 관리와 운송이 편리하다.

정부는 청정메탄올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품질기준을 마련하고 저탄소 제품 인증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해운 분야에서는 친환경 선박 전환 유도용 보조금도 지급한다.

정부는 특히 청정메탄올 생산 주력지역으로 전환하는 태백시의 전국 첫 시범사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다는 계획이다.

이제 장성광업소 폐광은 태백 지역사회에 ‘발등의 불’이 됐다.

태백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산업 근대화를 이끈 광산 근로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폐광지역이 청정메탄올 생산거점도시로 변신에 성공해 이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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