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욱의 정치칼럼] 국민의힘은 왜 이철규를 붙잡을 수밖에 없을까

당직 물러났던 이철규 의원, 당에서는 계속 소환
기획·친화·정보력 지닌 그를 활용할 수 밖에 없어
尹대통령, 이런 능력 인정해 이 의원에 무한 신뢰
역할 커진만큼 총선 결과에 따라 책임 따를수도

유병욱 서울본부장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공동으로 위원장직을 맡았다. 이 의원이 지난해 12월26일 비대위 출범과 함께 인재영입위원장직에서 물러난 지 8일만 이다. 한 위원장이 수차례 설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전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던 이 의원은 바로 다음 날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다 18일 만에 다시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당시 당내에서는 이견이 거의 없었다.

이렇듯 국민의힘에서는 이철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친윤(親尹) 핵심’이기 때문 아니냐는 시각도 있으나 무작정 그렇게만 보기도 어려운 것이 정권 초기 ‘윤핵관’체제가 이미 무너진데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새로운 친윤 그룹으로 불리는 의원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의도에서는 이철규만의 독특한 정치적 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직자 출신 특유의 성실함에 기획력과 친화력까지 지닌 그를 총선을 앞두고 2선으로 물러나 있도록 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이철규 국회의원

윤석열 대통령이 그를 가까이 두게 된 배경도 대선 때 이미 그의 능력을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돼 전해지는 에피소드 하나. 지난 2022년 대선 당시 조직본부장으로 윤석열 후보 캠프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이 의원은 윤 후보와 큰 인연은 없었다. 그러나 이철규는 금방 윤 후보의 눈에 들었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조직 구성에 어려움을 겪던 캠프는 매일 밤샘 회의를 했지만, 해결점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꼭 다음날이면 이 의원은 남들이 생각지 못한 기발한 대안을 만들어왔다. 새벽녘 모두가 쉬고 있을 때, 이철규는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어떻게 하든 방법을 찾아냈던 것이다. 이런 장면을 몇 차례 목격한 윤 후보가 그를 머릿속에 담았고, 대선 승리 후 그에게 인수위 총괄 보좌역을 맡기면서 지금까지 남다른 신뢰를 보낸다고 한다.

그의 기획력과 관련된 또 다른 사례는 최근 논란이 됐던 ‘서울 확장론’이다. 김포와 구리 등 경기도 일부 지역을 서울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그의 아이디어는 그 타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강서구청장 패배 후 침체돼있던 국민의힘을 이전과는 다른 이슈로 여론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다. 확실한 국면전환이었다.

이러한 이철규의 존재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다져놓은 전국의 수많은 인맥을 통한 정보력에 특유의 친화력이 덧붙여지면서 그의 포지션은 여당에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2022년 3월14일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이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며 이철규 총괄보좌역(사진 왼쪽)과 악수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회에서도 그렇다. 그의 소통 능력은 다른 당에서도 인정한다. 실제로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민원이 있을 때 의원들끼리 서로 협의하고 지원해주곤 하는데, 이 의원에게는 여야 가릴 것 없이 많은 요청이 밀려왔다. 이때 그는 요청받은 민원에 대해서는 반드시 피드백을 해줬다. 단순히 결과만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대안까지 알려주다 보니 야당 의원들도 이철규의 친화력과 소통 능력에 대해서는 엄지척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그에게 인재영입위원장을 다시 맡긴 이유도 이런 점 때문이다. 지금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30% 박스권에 갖혀있고 당 지지율도 민주당에 뒤쳐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려면 그의 친화력과 소통 능력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일 비대위원회 회의에서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이철규 의원과 공동 위원장 체제로 가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우려스러운 것은, 이 의원의 역할이 커질수록 책임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이번에 한 위원장과 공동으로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게 되면서 그의 정치적 비중은 본의 아니게 커져 버렸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동훈-이철규 투톱체제’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렇게 되면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할 경우 화살은 한동훈은 물론 이철규에게도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한 위원장이 “인재 영입이 (당의 성공의)10중에 8~9가 된다"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책임감 때문이다.

왕관은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지금 국민의힘에서 왕관을 쓴 사람은 한동훈이지만, 당은 이철규에게도 왕관 쓴 자 못지않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러한 정치적 무게를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 오는 4월 총선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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