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 춘천 기업혁신파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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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호 정치부 차장

지난해 여름 춘천 기업혁신파크 밑그림이 될 연구 용역이 시작됐다는 기사를 쓴 뒤 남산면 주민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20년 가까운 세월 남산면 개발 계획이 그려지고 지워지는 동안 기대와 원망만 되풀이됐다는 하소연이었다. 기사에 녹아든 기대감 대로 이젠 정말 믿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당시 적당한 말을 꺼내지 못했다.

춘천 기업도시는 비단 남산면 주민들 뿐만 아니라 춘천시민들에게 아픈 상처다.

2007년 춘천시가 굴지의 건설사와 지식기반형 기업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는 지역사회가 장밋빛 희망으로 부풀었다. 100여개 기업과 연구기관을 유치해 2만명이 거주하는 신도시를 세우겠다는 청사진이 발표됐다. 태권도 공원과 혁신도시 유치 실패를 겪은 춘천시민들에게는 아픔을 달래줄 더 없이 좋은 약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이듬해 기업도시 건설이 수포로 돌아가고 희망고문이 시작됐다. 5년이 흘러 남춘천산업단지 개발이 본격화됐지만 단계별 확장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선거철 공약으로나마 기업도시가 간간히 상기될 뿐이었다. 반대로 기업도시를 유치한 도시는 기업 이전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인구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춘천시민들의 응어리는 더욱 굳어져 갔다.

그렇게 멈춰가던 춘천시 기업도시 시계가 민선 8기 들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기존의 기업도시 개념을 보완한 기업혁신파크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 기업 도시 조성에 필요한 진입 장벽을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정부 지원과 입주 기업 혜택을 강화하는 정책이 발표됐다.

춘천시는 정부 발표에 앞서 발 빠르게 공모를 준비했다. 도시 건설을 이끌어 갈 핵심 파트너로 ICT 업계 최고 기업인 더존비즈온과 손을 잡았다. 이어 남춘천산단 2지구 예정지던 광판리 일원 368만㎡에 9,364억원을 투입해 디지털 시티를 조성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의 바이오, 정밀의료 산업을 비롯해 IT, 데이터 산업을 집적화 한 첨단 도시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사전 수요 조사에서 이미 300개가 넘는 기업이 입주 의사를 나타내며 사업성을 입증했다.

기업혁신파크 유치를 위해 지역 역량도 총결집했다. 육동한 춘천시장과 김진태 지사는 현지 실사에서 함께 정부 평가단을 맞으며 힘을 모았다. 춘천시의회와 강원도의회도 기업혁신파크 유치 지지 결의문을 채택하며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육동한 시장은 앞선 공식 석상에서 회복이라는 단어를 즐겨 말해왔다. 태권도 공원 실패를 세계태권도연맹(WT)본부 유치로 되돌렸듯 빙상 대회의 역사를 국제스케이트장 건립으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무산의 아픔을 기업혁신파크 조성으로 치유하겠다는 의미다.

아쉽지만 지난 연말 손꼽아 기다리던 기업혁신파크 선정 결과는 총선 이슈에 휘말려 올해로 발표 시기가 늦춰졌다.

이미 춘천시는 소양8교 건설, 강원연구개발특구, WT본부 건립 등 역점 사업 국비 확보 낭보를 시민들에게 전했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속에 이뤄낸 반전의 성과다. 기업혁신파크 역시 너무 늦지 않은 때 17년 기다림의 보상이 날아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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