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놀이’

새해가 밝았다. 모두들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서로에게 살가운 인사를 나눈다. 새삼 자신 이외의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는 시간이다. 인간은 여럿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놀이’를 찾고, 이를 통해 선의의 경쟁을 하며 소통과 교감을 한다. 예체능이라는 형태로 인류의 삶에서 중요한 일부분이 됐다. 디지털 세상에서 ‘게임’으로 진화해 부작용도 크지만, 지인이 많이 모인 명절 무렵엔 갖가지 놀이가 유행했다. ▼인간은 유희(遊戱)의 동물이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라 한다. 인간의 본질적 기능을 함축해 인간관을 표현한 하나의 가치로 여겨진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후이징가는 ‘인간의 문화는 유희 속에서 발생하고 전개됐다’고 했다. 유희가 문화를 창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희에 관한 시야를 오늘의 세상으로 좁혀 보면 스포츠나 연예계가 먼저 떠오른다. 이른바 ‘끼’ 있는 스타들이 갖가지 즐거움을 준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한때 무시당하고 업신여김을 받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스포츠나 연예 스타 한 명, 한 팀이 웬만한 기업의 가치를 넘어서고, 인기 가수나 배우로 신세계를 열어가는 ‘슈퍼스타’들이 동경의 대상이다. 서양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스포츠와 연예 스타들이 존경의 대상이었다. 진정한 노력 없이 오를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잘 노는 인간’이 인정받는 시대다. ▼유희에도 품격이 있다. 막 놀면 안 된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다. 다수결의 원칙이 가진 모순에도 불구하고 널리 통용된다. 선거를 통해 뽑힌 선출직 공직자는 자신이 선택받은 것이다. 배우자나 가족이 선출직에 오른 게 아니다. 요즘 경향(京鄕) 각지에서 사회지도층의 행태를 ‘놀이’에 빗대는 말이 많다. 구속되면서 민주 투사인 양, 국민 혈세로 초밥 사먹고, 공무원을 하인처럼 부리고, 고가 선물이나 금반지·벨트 받아 치장해 봐야 ‘즐거운 놀이’라 할 수 없다. 선출직이 주변 관리를 잘못해 부패로 변질되면 공동체는 무너지고,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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