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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운외창천(雲外蒼天)’

베토벤의 교향곡 9번 라단조, 작품번호 125, 일명 ‘합창’. 베토벤이 처음 구상한 이후 30년 만에 완성한 그의 마지막 교향곡이다. 청력을 완전히 잃은 그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환희에 찬 인류애를 장엄하게 표출해 낸 불멸의 명곡이다. 1824년 5월7일 오스트리아 빈의 케른트너토르 극장에서의 초연 후 광경을 언론은 ‘폭동과 같은 대소동’이라고 전했다. 음악을 향한 불굴의 의지로 만들어 낸 대서사다.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은 악의의 운명으로부터 탈출하는 한 인간의 삶을 보여 주는 영화다. 은행간부인 앤디 듀프레인이 누명을 쓰고 쇼생크에 갇힌 후 포스터로 가린 벽에 작은 망치로 19년 동안 밤새워 굴을 파며 탈옥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희망 이야기다. 앤디는 그토록 가혹한 운명을 견딜 수 있었던 비법을 “희망은 좋은 것이다. 좋은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로 압축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한 경영환경 전망조사에서 내년 사자성어로 ‘운외창천(雲外蒼天)’이 뽑혔다. ‘어두운 구름 밖으로 나오면 맑고 푸르른 하늘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올 한 해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의 난관을 벗어나면 다시 도약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다. 힘겨운 여건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다산(茶山) 정약용이 귀양을 떠나자 그의 두 아들은 아버지에게 자신들을 돌보지 않는 친척과 세상을 원망하는 편지를 썼다. 이에 다산은 “너희는 험난한 삶이라는 둥, (...) 굽이진 길들처럼 힘든 삶이라는 둥 한다. 이런 것들은 모두가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는 말투”라고 답했다. 세상을 탓하기보다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라는 의미다. 정호승 시인은 ‘창은 별이 보일 때만 창이며 희망은 꿈꿀 때만 희망’이라고 노래했다. 실존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죽음에 이르는 병’이 ‘절망’이라고 했다. 우리 모두 운외창천의 마음으로 미래를 맞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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