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탈당의 변(辯)

“낙엽 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차라리 하얀 겨울에 떠나요/ 눈길을 걸으며 눈길을 걸으며...” 최백호가 노래한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후벼 판다. 이 노래는 이별의 미학이다. 원초적으로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인간이 쉽게 해낼 수 없는 경지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최백호 노래보다 더 인간적이다.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라는 독백은 선택의 기로에 선 고민의 깊이를 말한다. 햄릿의 대사는 이어진다. “가혹한 운명의 화살이 꽂힌 고통을 죽은 듯 참는 것이 과연 장한 일인가. 아니면 두 손으로 거친 파도처럼 밀려드는 재앙과 싸워 물리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탈당하느냐 마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한국 정치에 있어서 탈당의 변(辯)은 언제나 의미심장하다. “나라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 당을 살리기 위해 떠나겠다. 모든 책임을 지고 나간다.” 정치인들이 탈당할 때 나오는 단골 메뉴이지만 국민의 눈에는 소인배의 생각으로 비친다. ▼공자는 이런 말을 했다. “군자는 정의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이인편) “군자는 태연자약한데 소인은 근심걱정으로 지낸다.”(술이편) 소인은 영달을 위해 생명을 걸고 한 가지 욕심을 이루면 다른 것을 탐내고 잃을까 조바심을 내기 때문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약은 쥐가 밤눈 어둡다”는 말이 있다. ▼코인 투기 의혹을 받는 김남국 의원이 지난 14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와 동시에 김 의원 의혹에 대한 민주당의 진상 조사와 윤리감찰은 없던 일이 됐다. 탈당을 막을 수도, 탈당한 의원을 조사할 수도 없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조사를 받지 않아 좋고, 당 또한 파장을 잠재울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꼬리 자르기’ ‘탈당쇼’라는 비난이 그래서 나온다. 김 의원은 “사랑하는 민주당을 잠시 떠난다”며 ‘잠시’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썼다. 잠잠해지면 복당의 의사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부당한 정치 공세에 맞서겠다”고 했다. 김 의원의 탈당 변에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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