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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밥 대신 육류 먹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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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 이후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가을에 수확했던 양식이 바닥나 어려움을 겪던 보릿고개는 연례행사처럼 찾아왔었다. 명절이나 생일에만 흰쌀밥을 먹을 수 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들어 수확량이 일반 벼보다 40% 많은 통일벼가 보급되면서 보릿고개에서 벗어났다. 박정희 정부는 쌀 자급에 성공하자 1974년 매주 두 차례의 무미일(無米日·분식일)을 폐지하고 14년 만에 쌀 막걸리 제조를 허용했다. 당시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36㎏까지 늘어났다.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쌀 소비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쌀 소비량이 올해 54.1㎏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50년 전에 비하면 절반도 되지 않는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육류 소비량이다. 전국한우협회는 올해 1인당 육류 소비량을 56.5㎏으로 예측하고 있다. 1970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이 5.2㎏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소비량도 쌀을 넘어선다. 우리도 이제는 쌀보다 고기를 더 많이 먹는다. ▼쌀은 옥수수 밀과 함께 세계 3대 곡물이다. 세계 5대주에서 쌀을 재배하고 먹는다. 벼농사는 1만년 전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기원은 중국 윈난, 인도 북부 아삼, 동남아 등 설이 분분하다. 그렇다면 한반도에는 언제쯤 유입됐을까. 동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쌀 경작지(5000년 전 신석기시대)가 2012년 강원도 고성에서 발견되기도 했으니 우리의 ‘밥심’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첫돌에는 무엇보다 먼저 밥그릇과 국대접 수저를 준비한다. 성년이 되어 혼례를 올릴 때 필수품목이 반기 일습이다. 모두가 개인용 밥그릇 국대접 수저를 따로 갖고 있다. 이런 관습은 밥을 주식으로 하는 데서 유래했다. 김치를 볼 때면 따뜻한 쌀밥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밥심으로 산다는 한국인에게 쌀은 주식(主食) 이상의 존재다. 하지만 소득이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쌀 소비가 줄었다. 무엇보다 쌀농사만 바라보고 사는 농민들이 걱정이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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