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폭탄이 쏟아진 지난 20일 새벽 춘천의 한 산골마을 민가에 산사태로 발생한 토사가 덮쳤다. 피해 주민은 “3년전부터 산사태 위험이 높다”며 “춘천시 등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20일 오전 4시께 춘천시 서면 안보리 율장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사태로 쏟아져 내린 토사와 진흙은 바로 아래 주택을 덮쳤다. 잠을 자고 있던 윤영자(여·81)씨는 옷도 챙겨 입지 못한 채 허둥지둥 집을 뛰쳐나와야 했다.
22일 찾은 윤씨의 집 내부는 50㎝가량 흙더미가 쌓여 있었으며 돌과 나무가 처박힌 주방은 흡사 폭격을 맞은 듯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 집주인 윤영자씨는 “새벽 시간 굉음과 함께 무언가 집에 ‘쾅’ 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전기가 끊기고 순식간에 물이 무릎까지 차올랐다”며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해 땅을 기어가며 간신히 현관문을 열고 대피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2022년부터 집 뒤편 나무들이 기울어 지는 것을 보고 면사무소 등을 찾아 수차례 산사태 방지 작업을 요청했지만, 춘천시 관계자는 ‘산 소유주를 직접 찾아서 산림 정리를 요청하라’는 답변만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산 주인을 찾는 데라도 도움을 주거나, 산사태 방지 작업을 해줬더라면 이 사단도 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됐다”고 한숨지었다.
옷가지 몇 벌과 상비약만 급히 챙긴 윤씨는 현재 마을 인근 노인회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춘천시 관계자는 “산사태 방지 관련 민원이 공식 접수된 내역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마을 이장 등에게 전달된 민원이 공공기관까지 접수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사태 피해를 주민을 위해 토사물 정리 등 복구 작업을 이번 주 내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춘천시는 1차 접수 피해지에 대해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투입해 읍·면 합동 긴급복구를 완료했으며 추가적으로 접수되는 피해에 대해서도 장비를 추가 투입해 긴급 복구중이다. 시는 다음달까지 피해지 원인 분석과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오는 9월부터 전문기관을 통한 설계 및 시공으로 항구 복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