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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대한민국 정·관·학계 족적 남긴 거인

강릉 출신 故 조순 전 경제부총리가 살아온 길

교수·한국은행 총재·정치가

다양한 분야서 큰어른 귀감

1975년 제1회 동곡상 수상

23일 별세한 강릉 출신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서울대 교수와 민선 서울시장, 한국은행 총재 등을 맡으며 학자이자 정치가 행정가로서 굵직한 임무를 수행하며 대한민국 성장을 이끈 인물이다. 동곡사회복지재단과 강원일보가 공동으로 마련한 동곡상 제1회 수상자인 조 전 부총리는 이후 어떤 직함으로 불러야 할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 정·관·학계를 아우르며 다양한 분야에서 족적을 남겼다.

■1928년 강릉 구정면에서 태어난 ‘한국의 케인즈'=‘하얀 눈썹'의 정재계 거목으로 알려진 조 전 부총리는 1928년 2월1일 강릉 구정면 학산리에서 아버지 조정재씨와 어머니 김한경씨 사이에 태어났다. 아버지가 명주군에서 율곡선생의 학맥을 잇는 대표적 선비로 통하는 한학자여서 조 전 부총리도 자연스럽게 서예와 한학에 조예가 깊다.

■‘동곡(東谷)'상 첫 수상자가 되다=서울대 상과대를 졸업한 조 전 부총리는 군 전역 후 30세의 나이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에서 경제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뒤에는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케인즈 학파의 일원으로 ‘한국 케인즈'라는 별명도 얻었고, 이후 한국 경제학계에는 ‘조순학파'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학문적 업적도 크게 남겼다. 이에 조 전 부총리는 제1회 동곡상 수상자(학술문화 부문)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곡상은 7선 국회의원으로 국회부의장을 비롯해 대한민국헌정회장, 강원일보 제2대 사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사에 큰 자취를 남긴 동곡 김진만(1918~2006년) 선생이 자신의 아호를 따 1975년 제정됐다.

■‘경제기획원 장관', ‘서울시장'… 행정전문가로 도약=육사에서 영어교관으로 복무하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던 고인은 이때의 인연을 계기로 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1988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맡으며 학자와 관료로서의 길을 함께 걸었다. 이후 한국은행 총재를 역임하던 중 중앙은행 독립성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고 사표를 내며 이를 눈여겨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를 영입하게 됐고, 1995년 민선 서울시장에 당선된다.

■‘대권주자'…정치권 최고위에 도전=조 전 부총리는 학자와 관료로서의 역량을 토대로 정치적 존재감을 끌어올리며 대권 주자 반열에도 올라서면서 1997년 통합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를 택하게 된다. 마침 한국을 강타한 IMF 경제위기와 맞물려 조 전 부총리는 경제전문가 및 안정적인 행정가 이미지를 부각하며 한때 25% 안팎의 지지까지 얻었지만,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과의 전격 합당을 결정하면서 대선 레이스에서는 내려오게 된다.

■정재계 ‘큰 어른'으로 남다= 조 전 부총리는 합당을 통해 새로 출범한 한나라당의 초대 총재도 맡았다. ‘한나라당' 이름도 직접 지었다고 전해진다. 1998년에는 강릉을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후 조 전 부총리는 2003년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역임한 것을 시작으로 여야를 넘나들며 ‘정재계의 큰 어른'으로 남았다.

서울=이무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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