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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 인생의 향기

 김원석(주문진중학교 총동문회장)

◇김원석(주문진중학교 총동문회장)

사람은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는다. 때론 머물고 싶지만 떠나가야 할 때가 있고, 훌쩍 떠나고 싶지만 눈물을 머금고 계속 있어야 할 때도 있다. 많은 부침을 겪으며 좌절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시련과 역경을 통해 더 성장하기도 한다. 이게 인생사가 아닐까 싶다.

종이를 찢기는 쉽지만 붙이기 어렵듯, 인연도 찢기는 쉽지만 붙이긴 어렵다. 젓가락이 반찬 맛을 모르듯 생각만으로는 행복의 맛을 알기 어렵다. 사랑은 행복의 밑천이지만, 미움은 불행의 밑천이 되는 경우와도 같다. 좌절은 ‘꺾여서 주저 앉는다.’라는 뜻이다. 예를 들면, 가지가 꺾여도 나무의 줄기에 접을 붙이면 살아나듯 의지가 꺾여도 용기라는 나무에 접을 붙이면 의지는 꺾이지 않고 다시 활기차게 되살아난다. 이게 바로 인생의 경외감이자 비장감일 것이다.

‘중년의 나이를 넘으면 삶의 보람과 의미를 찾기보다는 존경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를 두고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스무 살의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의 얼굴은 당신 삶의 공적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많이 공유되고 있는‘사향노루 이야기’를 풀어 놓아 본다. 우리 삶을 재해석하고, 지향점을 주는 바가 아주 크-기 때문이다. 어느 숲속에서 살던 사향노루는 코끝으로 와 닿는 은은한 향기를 느꼈다. 그러던 어느날, 사향노루는 마침내 그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섰다. 험준한 계곡을 건너고 몰아치는 비바람에도 사향노루는 조금도 발걸음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 향기의 정체는 이곳저곳 온 지역을 헤매도 찾을 길이 없었다. 하루는 접근하기 어려운 고지대의 암봉 위에서 여전히 코끝을 맴도는 향기를 느끼며 어쩌면 저 까마득한 극강의 절벽 아래에서 향기가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향노루는 그 길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암절벽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실수로 발을 헛딛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사향노루는 다시는 일어날 수 없는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하지만 사향노루가 쓰러져 누운 그 자리엔 오래도록 은은한 향기가 퍼지고 있었다.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향기의 정체가 바로 내 자신이라는 것을 까마득하게 몰랐던 사향노루. 이 슬프고도 비운의 사연은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부박하게 살면서 각자의 개성과 정서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향수 1온스(28.4g)를 만들기 위해서는 1톤의 장미꽃잎이 필요하다고 한다. 향수와 향기는 코디에서 절대 소홀히 하거나 무시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신비롭고 끌리는 매력을 더해주기도 하지만 애써 가꾸고 꾸민 스타일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향기를 품고 태어난다. 사람에게는 그 사람임을 느끼게 하는 향기가 있다. 잘난 사람대로, 힘든 사람 대로, 나름의 스타일이 존재한다. 또 마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불편을 주는 사람도 있다. 남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향기로운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 자신이 향기 나는 인생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또한 영원한 삶의 숙제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향기를 통해 우리는 기억되고, 또 그 향기를 맡은 이들의 마음에 작은 샛별이 떠오른다. 오늘 내가 어떤 향기를 내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그 향기를 가꾸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이 고통과 괴로운 인생을 겪고 나면 봄처럼 따스한 인생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는 한 괴로운 인생도 즐거운 인생으로 변할 수 있다. 결국 인생은 향기로운 궤적을 남기는 과정이다. 향기는 바람처럼 퍼져나간다. 내가 뿜어내는 인생의 향기가 누군가의 삶에 작은 위로를 주고 희망이 되어, 그 향기가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감싸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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