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시절 '인천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백해룡 경정이 검찰의 경고에도 수사기록 일부를 추가로 공개했다.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합동수사단(단장 윤국권 부장검사)에 파견된 백 경정은 합수단의 수사 결과가 자신의 견해와 다른 결론으로 나온 뒤 반발해왔고, 합수단을 이끄는 임은정 동부지검장과 이번 수사를 총괄하는 검찰이 사실을 왜곡하고 있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백 경정은 12일 '2023년 대한민국 하늘 국경 공항은 뚫린 것이 아닌 열어줬다는 것'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검찰과 (임은정) 동부지검장이 현장 수사의 기초도 모른다"고 직격했다.
18쪽 분량의 자료에는 마약 운반책의 출입국 기록과 자필 메모, 세관 보고서 등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과 경찰의 기록 일부가 담겼다.
백 경정은 "검찰은 어떻게 (운반책이) 공항을 통과했는지 단 한 차례도 묻지 않았다"며 "마약 수사 전문가인 검찰이 기초 중의 기초인 폐쇄회로(CC)TV 영상도 확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권력의 최상부에 자리 잡고 입맛에 맞는 수사 자료를 흘리며 마치 진실인 것처럼 여론을 만들어내 국민을 속여 왔다"며 "검찰의 고질병이 여전히 치유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날을 세웠다.
동부지검의 '공보규칙 위반' 지적에 대해서는 "합수단이 (실황 조사) 영상 일부분을 편집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국민을 속여 바로잡기 위해 (현장검증 조서를)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백 경정이 지난 10일 현장검증 조서 초안을 공개하자 동부지검은 "경찰 공보규칙 위반 소지가 있는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적절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임은정 검사장이 이끄는 동부지검 합수단은 지난 9일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마약밀수 범행을 도운 사실이 없다"며 세관 직원 7명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
또 서울 영등포경찰서의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지호 경찰청장(당시 서울경찰청장)과 조병노 전 서울청 생활안전부장, 김찬수 전 영등포서장 등 8명에 대해서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 의혹은 2023년 1월 당시 영등포서 형사과장이던 백 경정이 인천 세관에서 적발된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들에게서 "세관 직원의 조력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며 시작됐다.
그러나 합수단은 경찰 수사 초기인 2023년 9월 인천공항 실황 조사에서 운반책 A씨가 공범 B씨에게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영상 찍으려고 하잖아", "솔직하게 말하지 마라. 나 따라서 이쪽으로 나갔다고 해라" 등 여러 차례 허위진술을 지시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합수단은 "경찰이 밀수범들을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인 통역 한 명만 대동해 A씨에게 통역을 시켰다"며 "그럼에도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을 믿고 이에 근거해 세관 직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B씨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세관과 관련해 나는 이미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는데 경찰관이 이미 진술한 내용이 있어서 진술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며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단은 밀수범들의 세관 관련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모순되고 내용이 계속 변경된다며 추궁한 끝에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실토를 받아냈다.
합수단은 경찰·관세청 지휘부를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서도 "외압을 행사할 동기와 필요성이 없었고 실제 대통령실의 개입이나 관여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영등포서 또한 실제 별다른 제약 없이 수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합수단은 경찰청과 인천세관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피의자의 휴대전화 46대를 포렌식했으나 이들 모두 대통령실 관계자와 연락한 내용을 찾지 못했다. 사건은 영등포서 브리핑 당일인 2023년 10월 10일에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최초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백 경정이 문제 삼은 브리핑 연기와 보도자료 수정 지시 또한 경찰 공보규칙에 따른 적법한 업무 지시로 판단했다.
합수단은 백 경정이 공보규칙상 필요한 서울청 수사부장과 경찰청 국수본 마약계에 사전보고를 하지 않았으며, 세관을 압수수색하기 수 시간 전 보도자료 배포와 언론 브리핑을 단행해 수사기밀 유출 우려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합수단은 "대통령실과 김건희 일가의 마약 밀수 의혹과 검찰 수사 무마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합수단은 "수사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나 추측성 보도 등으로 사건 관계인들의 명예훼손 등 피해가 상당히 증폭됐다"며 "수사가 종결된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결과를 우선적으로 발표했다"고 밝혔다.
마약을 밀수한 범죄단체 조직원 6명과 한국인 국내 유통책 2명은 범죄단체활동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향정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해외에 체류 중인 것으로 파악된 조직원 8명은 인적사항을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 처분했다. 이들에게는 인터폴 적색수배, 입국시 통보요청 조치가 이뤄졌다.
한편 백 경정은 합수단 수사결과 발표 직후 "검찰이 사건 덮었다"고 주장하며 기존 외압 주장에 추가해 이를 들여다봤던 합수단을 향해서도 '무마' 의혹을 제기했다.
백 경정은 언론 공지를 내고 관세청 산하 인천공항본부세관, 김해세관, 서울본부세관과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등 6곳에 대해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세관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정황 증거는 차고 넘친다"라며 "검찰 사건기록 상으로도 충분히 소명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이 마약 조직의 마약 밀수 사업에 세관이 가담한 사실을 인지하고 사건을 덮고, 오히려 밀수를 방조한 정황도 기록상 여러 군데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