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보 모바일 구독자 290만
정치일반

李대통령 "방위비 증액해 美부담 줄일 것"…트럼프 "한반도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 바로잡기 위해 뭘 할 수 있는지 보겠다"

李 "한미동맹 현대화 통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야"
"대미 투자 및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 지원하겠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29일 오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지인 경북 경주에서 열린 가운데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우리가 공급받을 수 있도록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에 충분히 자세한 설명을 해드리지 못해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다. 우리가 핵무기를 적재한 잠수함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에 대해 "이미 지지해주신 것으로 이해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나 우라늄 농축 부문에서도 실질적 협의가 진척되도록 지시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한미관계는 동맹의 현대화를 통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며 "대한민국도 방위비 증액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자체적 방위역량을 대폭 키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현재 방위비 지출 수준은 북한의 1년 국내총생산(GDP)의 1.4배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전 세계에서 군사력 평가로 5위로 인정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미국의 방위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지원이나 방위비 증액은 저희가 확실하게 해 나가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양국 관세협상과 맞물린 대미 투자와 관련해선 "대미투자 및 구매 확대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부흥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선 협력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며 "그게 양국 경제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미동맹을 실질화하고 심화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반도 평화 의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면 자신이 조력하겠다는 '페이스메이커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취임한 지 9개월이 됐는데 지금까지 전 세계 8곳의 분쟁지역에 평화를 가져왔다"며 "많은 사람이 죽거나 대량 파괴가 이뤄질 수 있는 큰 문제들을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해결하고 계시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그 위대한 역량을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내는 큰 업적으로 남기면 세계사적으로도 큰일을 이루시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들로서도 정말로 오래된 큰 문제를 해결하는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큰 역량으로 전 세계와 한반도에 평화를 만들어주시면,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아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진심을 잘 수용하지 목하고 이해를 잘 못한 상태"라며 북미 정상 회동이 불발됐음을 공식화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것도 또 하나의 씨앗이 돼 한반도에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만드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우리로서는 큰 기대를 가지고 대통령님의 앞으로 활동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난 한반도에서 여러분(남과 북)이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겠다"고 밝혔다.

이어 "난 우리가 합리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당신, 당신의 팀,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매우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난 김정은을 매우 잘 안다. 우리는 매우 잘 지낸다. 우리는 정말 시간을 맞추지를 못했다"(We really weren't able to work out timing)며 이번에 김 위원장과의 회동이 성사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에 기자들과의 대화 계기 등에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메시지를 거듭 발신했으나 북한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받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 일정을 잡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이 예정돼 있다면서 "난 그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고 이번 방문은 그게 정말 우리의 초점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우리는 다른 방문도 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김정은, 그리고 모두와 매우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0.2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날 한미 정상회담은 오후 2시 39분 시작해 4시 6분에 끝났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두 정상은 오후 2시 11분께 회담이 열리는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조우했고, 공식 환영식과 무궁화 대훈장 수여식을 먼저 가진 뒤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을 시작했다.

한국 측에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현 외교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용범 정책실장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경제·외교 라인 참모 대부분이 참석했다.

미국 측에서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관세협상의 주요 카운터 파트들이 모두 회담에 배석했다.

지난 8월 정상회담 당시 '핫라인'을 구축해 소통해온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회담에 동석했다.

이날 회담 종료 후 양국 정상이 합의문을 발표하는 등의 별도 기자회견은 열리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에 열리는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다른 6개국 정상과 함께 다시 만날 예정이다.

한편, '반(反)트럼프' 집회 참가자들이 정상회담장인 국립경주박물관 인근 100여m까지 접근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과 맞닥뜨리지 않고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트럼프 반대 집회를 개최했던 단체 소속 70여명은 동굴과 월지에서 경찰 감시망을 벗어나 왕복 4차선을 내달려 정상회담장인 국립경주박물관 인근 100여m까지 접근했다. 이에 경찰은 경력 700여명을 동원해 통제선을 구축한 뒤 강제 해산 작전에 나섰다.

이처럼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상회담이 종료됐지만, 당초 경찰이 설정한 트럼프 미 대통령 동선이 시위 현장과 겹치지 않았던 까닭에 이동 상황에서 별다른 돌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현장영상] 경주에서 만난 한미 정상 / 강원일보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