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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유병욱의 정치칼럼]강원도 문 두드리는 민주당…지방선거는 시작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3개월 사이 장·차관 7회 방문
정청래 대표·국회 예결위원장등 민주당쪽도 잇따라
대부분 강릉 가뭄 현장이지만 춘천행사 참석도 있어
지방선거 앞두고 정부·여당, 강원공략 나섰다는 분석
누가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인가 따져 전략적 선택해야

유병욱 서울본부장

‘공부와 아부는 평상시 해야 효과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벼락치기를 한다고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없고, 필요할 때만 눈앞에서 살갑게 군다고 원하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평소의 노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선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무리 유능한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갑자기 지역에 나타나 출마하겠다고 나선다면 당선 가능성은 희박하다. 유권자가 표를 던질 때 해당 인물의 능력도 보지만, 이 사람이 평소 어떻게 해왔는지 그 태도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부든, 아부든, 선거든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려면 평상시에 잘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정부·여당이 강원도에 보여주는 모습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한 장관 또는 차관이 강원도를 다녀간 횟수만 7차례다. 이 대통령이 6월 4일 취임했으니 3개월 만의 일이다. 이유는 있었다. 가뭄 난을 겪고 있는 강릉을 방문,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30일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를 방문해 가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중 흥미로운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주말 방문이었다. 오후 1시 강릉으로 출발하는 대통령의 일정을 출입 기자들조차 당일 오전에야 통보받았을 정도로 이날 동선은 급작스럽게 짜여졌다. 이 대통령은 현장에서 강릉을 재난 사태 지역으로 선포,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전격적인 대통령의 방문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강릉의 심각한 상황이 전국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민주당에서는 정청래 민주당 당 대표가 당직자들과 함께 방문했고 한병도 국회 예결위원장도 11일 현장을 찾았다. 상임위원장이 개별적으로 재난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이례적인데, 민주당 소속 다른 상임위원장들도 가뭄 지역을 찾는 일정을 잡고 있다는 소식도 있어 여당의 강원도 방문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도로 대한민국 의전 서열 2순위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각각 다른 일정을 잡아 춘천을 다녀갔다. 12일에는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타운홀 미팅도 춘천에서 열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맨 오른쪽)가 지난 8월26일 강릉 오봉저수지를 찾아 김홍규 강릉시장(오른쪽에서 2번째)과 가뭄 대응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강릉=권태명기자

정부·여당이 국민 고충의 현장을 찾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역에서도 현안과 관련한 건의와 답변을 직접 주고받을 수 있어 긍정적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모습이 주는 효과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무총리, 장·차관, 여당 대표, 국회의원들의 잇따른 방문은 도민들에게 정부·여당이 강원도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지역 문제들이 금방 해결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민주당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가 패했던 부산·경남-대구·경북-강원으로 이어지는 동부라인 가운데 유권자들이 보수적이면서도 합리적인 강원도를 눈여겨보고 있다. 지난 2017년 치러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고, 그 1년 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와 11개 시·군 단체장을 확보했던 경험도 있다. 민주당이 ‘어게인 2018’을 기대하면서 강원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지난 9일 강릉시 홍제정수장을 방문해 김홍규 강릉시장 등 관계자들과 지역 가뭄 대응 운반급수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강릉=권태명기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상당히 신경이 쓰이고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가뜩이나 정권을 잃고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고유 영토’라고 생각하는 강원도를 공략하는 민주당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장동혁 당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들이 지난 9일 뒤늦게 강릉을 방문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 공세에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당도 단합돼 있지도 못하고 특검 바람에 휘말려 있기도 하다. 결국 내년 지방선거는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든 것은 도민들에게 달렸다. 정부·여당의 잇따른 강원도 방문이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지역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국민의힘이 앞으로도 관리를 잘해 나갈지에 대한 평가는 내년 6월 판가름난다. 이 결과는 2028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다. 시·군을 장악한 쪽이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유리하다. 여야가 지방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쨌든 우리는 한결같이 지역에 잘 하는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그것이 지역을 성장시키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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