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내린 극한호우로 28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국민이 죽어가는 엄혹한 현장에서 음주가무를 즐기거나 대책 없이 행동하는 정신 나간 공직자들에 대해 아주 엄히 단속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공직사회는 신상필벌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열심히 근무하는 공무원도 많다. 우수사례를 최대한 발굴해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해주기를 바란다"면서도 반대편에서는 이처럼 잘못된 처신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 발언은 백경현 구리시장 등이 호우 비상근무 중 야유회를 열고 노래와 춤을 즐겼다는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다행히 비는 그쳤지만 망연자실하게 무너진 집과 떠나간 가족을 생각하며 아무 표정도 짓지 못하던 분들, 발만 동동 구르던 분들이 눈에 계속 밟힌다"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어떤 일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국정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고통에 더 예민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종자 수색과 응급 피해복구, 주민의 일상 회복을 위한 정책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며 "특별재난지역 선정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고, 특별교부세 지급도 최대한 빨리 집행하라"고 주문했다.
특히 "이번 폭우를 보며 기존 방식의 대책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근본 대책을 국무총리가 강구해달라"며 "인공지능 기술 등을 포함해 자연재해 종합 대응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하고, 교량이나 댐 등 인프라 정비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제가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우리 사회에 죽음이 너무 많다"며 "재난 재해, 산업재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도 너무 많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극단적 사례도 세계적으로 보면 많은 축에 속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중 산업재해의 경우 돈을 벌기 위해, 비용을 아끼려고 생명을 경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돈 벌어서 먹고살겠다고 나간 일터가 죽음의 현장이 된 것"이라며 "산업재해 사망 현장을 조속한 시일 내에 방문해 현황을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가 낸 '국민안전관리일일상황' 보고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피해는 사망 19명, 실종 9명 등 28명으로 잠정 파악됐다. 전날 오전 6시 기준보다 사망자가 1명 늘었다.
지역별 사망자수를 보면 광주 1명, 오산 1명·가평 3명·포천 1명 등 경기 5명, 서산 2명·당진 1명 등 충남 3명, 경남 산청 10명이었다.
실종자는 광주에서 1명, 가평 4명, 산청 4명이 나왔다.
집중호우가 물러가면서 복구 작업에 속도가 나고 있다. 주택 침수·파손, 도로·교량 파손 등 시설 피해 6천752건 중 2천976건(44.0%)의 응급 복구가 완료됐다. 나머지 3천776건은 복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집중호우로 집을 떠난 주민은 모두 1만4천여명이다. 이 중 12개 시도·1천282세대, 2천549명이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재민에 대한 심리적 응급지원도 시행돼 심리적 응급처치 349건, 심리상담 427건이 이뤄졌다.
피해 주민을 돕기 위한 구호 물품도 속속 도착해 응급·취사·일시구호세트 4천429개와 모포·담요 2천309매, 임시대피소(쉘터) 990동, 생필품 8만2천97점 등이 제공됐다.

한편, 백경현 경기 구리시장이 호우 비상근무 중 야유회에 참석한 것을 두고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일자 이날 사과했다.
백 시장은 성명을 통해 "경기북부 일대 쏟아진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시민 불안이 컸다"며 "이런 상황에 지역 단체의 관외 야유회에 참석하는 신중하지 못한 결정을 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던 시민과 재난 대응에 고생하는 현장 직원들의 마음에 깊은 실망과 분노를 드렸다"며 "전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어떠한 질책도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행사나 약속도 재난 상황 앞에서는 우선순위가 될 수 없다"며 "앞으로 재난 대응 상황 발생 때 시민 곁에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 20일 점심시간 강원 홍천군의 한 식당에서 열린 시내 봉사단체 야유회에 백 시장이 참석해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한 언론에 공개되자 논란이 일었다. 백 시장은 당일 오전 11시까지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구리시민들로 구성된 해당 단체 요구로 약 20분 참석하고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나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