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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진보교육 진영, 학력저하에 말할 자격 없다

조백송 전 강원교총 회장

최근 강원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학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각종 통계가 발표되고 있음에도 진보교육 진영은 여전히 “학력보다 다양성”, “평가보다 과정”이라는 말로 현실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학력 격차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본질인 ‘배움’과 ‘성장’을 뒷전으로 미루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못해 위험하다.

진보교육이 그토록 강조해온 ‘평등’과 ‘포용’은 학력이 담보되지 않을 때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실제로 학습결손은 저소득층, 지방,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더 큰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다. 기초적인 읽기와 쓰기, 수학적 사고력은 모든 학생이 교육을 통해 확보해야 할 권리다. 그런데도 진보교육 진영은 ‘경쟁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평가 자체를 거부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하다.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과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학력은 단지 시험 점수가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도구다. 이를 외면하고도 진보를 말할 수 있을까? ‘모두를 위한 교육’을 외치던 진보교육 진영이야말로 누구보다 지금의 학력 저하에 책임을 져야한다. 학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곧 공교육이 누군가를 소외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진보교육 진영은 수시 전형 위주의 진학을 '학생 중심 교육'의 성과로 자찬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수시는 내신 성적 외에도 비교과 활동, 학생부 기재,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 등 복잡하고 불투명한 요소로 구성돼 있다. 그 과정은 부모의 정보력과 교사의 협조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고, 실제로 ‘부모 찬스’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수시 위주의 진학지도는 학력 향상을 교육의 중심에서 밀어낸다.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활동 설계가 수업보다 중요해지고, 학생들은 실질적인 공부보다 ‘기록 관리’에 집중한다. 일부 교사는 활동을 만들어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정작 학생들은 기본 개념조차 제대로 익히지 못한 채 대에 진학한다. 그러다 보니 대학 강의를 따라가지 못해 중도 탈락하거나, 기본 전공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학력 문제 제기를 불편해하며 오히려 입을 막으려는 태도다. 기초학력 정책을 추진하면 ‘획일화’라 비판하고, 수준별 수업을 제안하면 ‘차별’이라 몰아간다. 그 결과 교사들은 눈치만 보고, 정작 학습부진 학생들을 위한 실질적 지원은 뒷전으로 밀린다. 비판을 위한 비판, 이념을 위한 이념에 갇혀 정작 학생들은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진정한 교육의 진보는 모든 아이에게 배움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학력을 말하면 보수, 다양성을 말하면 진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서는 교육이 나아갈 길이 없다. 더 이상 학력 문제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의 정의를 외친다면, 그 정의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단한 학력 위에서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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