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중물'은 순수한 우리말로 메마른 펌프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먼저 붓는 한 바가지 정도의 물을 뜻합니다. 단지 한 바가지 분량의 마중물은 일단 물을 부르고 나면 자신은 가장 먼저 사라집니다. 그러나, 바로 그 마중물이 있어 맑고 시원한 물줄기가 솟을 수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마중물이란 이름조차 잊어버린 이 시대, 그럴수록 마중물 같은 무언가가 그리워집니다. 물을 얻기 위해 마중물이 필요하듯 우리들 인생도 무엇인가를 원한다면 마중물을 부어야 합니다. 마중물은 버려지는 물이 아닙니다. 단 한 바가지의 물이지만 땅속 깊이 숨어 있는 지하수를 끌어올려 펑펑 쏟아지게 하는 고맙고 귀한 ‘처음물'입니다.
사람 마음에도 그 처음물이 필요합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잠긴 듯 고여 있는 사랑의 정수를 퍼 올릴 수 있는 순수한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들 삶에 있어서 마중물은 무엇일까요? 자식 일이라면 어떤 수고도 감수하는 부모님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흙물로 나서 첫물로 버려지는 마중물이지만 땅속 깊숙이 있는 물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 역시 우리네 자식을 위해서라면 흙물이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제 힘으론 밖으로 나올 수 없는 땅속 깊이 숨어 있는 곳으로 마중 나가 지하수를 퍼 올려 쓰임새 있게 하는 마중물, 큰일을 하는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선출직 시장 직함을 가지고 있는 필자도 ‘시민 한 사람이라도 더 행복해하는' 사업을 만들어 시행하고 시민행복을 퍼 올리는 ‘마중물'입니다. 시장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시장은 시민의 꿈을 실현하는 사람이고, 그 꿈을 지키는 사람이며, 그 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시장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민행복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삶의 소중한 기억이 문화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시민건강을 위하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해 줄 체육시설을 확충하고, 시민안전을 지키는 안전시스템을 증설하고, 사통팔달의 도로와 공영주차장을 넓히고, 가뭄 상황에도 끊김이 없는 상수도와 하수도를 연장하고, 맞춤형 복지정책을 확대하고, 평생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업단지에 양질의 기업들을 유치하고, 테마가 있는 체류형 관광시설을 조성하고, 사회적 약자가 동등하게 대접받는 사회분위기를 확산하고, 농어민이 살기 좋은 기반을 쌓는 것 모두 시민행복을 위한 ‘마중물들'이 아닌가 합니다.
누구나 마중물이 되도록 노력하다 보면 살맛 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마중물은 나눔이 많을수록 넘쳐나는 ‘화수분' 같은 존재입니다. 상대를 배려하고 경청하는 마음은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과 짝을 이룰 때 비로소 완성되며, 성공을 넘어서는 성숙이라는 값진 열매가 돼 우리에게 돌아온다고 말합니다. 내가 먼저 신뢰의 마중물을 부으면, 고여 있던 샘물이 솟아올라 물줄기가 되듯이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강물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요?
또, 서로를 신뢰하는 마음과 짝이 되는 같이 사는 세상, 가치로운 삶을 철학으로 삼고 있는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이, 어르신과 젊은이가, 가진 사람과 덜 가진 사람이, 남과 북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보다 즐겁고 행복하고 풍요롭게 더불어 같이 사는 속초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꿈을 꿔 봅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힘들고 어려운 이때 맑은 샘 하나가 터지며 메마른 이 땅에 사랑과 신뢰의 물줄기를 회복해 낼 마중물 같은 시대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 가겠습니다.